진상 부모 체크리스트.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신규 교사 사망사건과 학생의 교사 폭행 등이 잇따르면서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교권 회복을 꾀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온라인에는 자신이 갑질 학부모인지 점검해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가 등장했다.

25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맘카페 등에는 ‘내가 손가락질했던 진상 부모가 알고 보니 나였다고? 진상 부모 체크리스트’와 ‘혹시 나도 진상 부모? 나 정도면 젠틀한 거 아닌가? 진상 부모 단골 멘트’를 담은 글이 올라왔다.

체크리스트는 “개인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는 선생님은 애정이 없다” “정말 급할 때는 늦은 시각에 연락할 수도 있다” “우리 애는 예민하지만 친절하게 말하면 다 알아듣는다” “우리 애가 잘못했지만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등 11개 항목으로 되어 있다.

진상 부모 단골 멘트로는 “애 아빠가 화나서 뛰어온다는 걸 말렸어요” “집에서는 전혀 안 그러는데” “우리 애도 잘못은 했지만 그 애도 잘못이 있지 않나요?” “오늘 제가 늦잠 자서 준비물을 못 챙겨줬는데 혼내지 말아주세요” 등 10개 문구가 담겼다.

진상 부모 단골 멘트. /온라인 커뮤니티

이를 본 현직 교사는 “정말 단골 멘트”라고 평했다. 김희성 서울교사노조 부대변인은 25일 YTN ‘뉴스라이더’를 통해 “체크리스트에서 볼 수 있듯 (교사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요구하고, 어떨 때는 새벽이나 주말까지도 빈번하게 연락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교사노조 측은 “서이초에서 사망한 교사가 동료에게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힘들다고 이야기했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알 수 없는 경로로 교사의 휴대전화 번호를 입수한 학부모가 수십통 전화해 힘들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김 부대변인은 또 ‘아이 아빠’를 언급한 진상 부모 멘트와 관련해 “제가 운 좋게도 민원을 많이 받아본 교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멘트를 들어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저 멘트는 선생님들이 너무 흔하게 들어서 오히려 타격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특이한 멘트가 아니라 교사라면 거의 한 번은 들어봤을 수준의 멘트”라고 했다.

한편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은 교육권을 훼손하는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부산시교육청은 형사처벌에 해당하는 사건이나 스토킹‧접근금지 사안일 경우 교육청에서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교권 침해를 당한 교원에게 법률 비용과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경북도교육청은 ‘교권 보호 긴급 지원단’을 꾸리고, 교원이 요청하거나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민원인을 고발하고 접근 금지 등 선제적 조처에 나서기로 했다.

전북도교육청은 교육지원센터 내에 ‘교원치유센터’를 두고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나아가 전문적이고 신속한 법적 대응과 피해 교원의 즉각적인 상담이 가능하도록 전담 변호사를 배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