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봉사 활동을 꾸준히 해온 50대 여성이 장기·조직기증으로 5명을 살리고, 백 여명의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

2020년 권은영씨가 아들과 건강한 모습으로 향수를 만들고 있다. 뇌사 상태에 빠졌던 권씨는 지난 6일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하늘로 떠났다./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뇌사 상태였던 권은영(51) 씨가 지난 6일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심장, 폐, 간, 좌우 신장 등 5개의 장기와 인체조직을 기증한 후 세상을 떠났다고 26일 밝혔다.

기증원에 따르면 전북 전주에서 2남 2녀의 막내로 태어난 권씨는 밝고 성실하며 창의적인 성격이었다. 권씨는 성신여대 총학생회장과 대학 기자로 활동하고 졸업 후 대기업 인사팀에 근무했다. 일본에서 연수를 받던 중 당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남편을 만나 슬하에 딸과 아들을 하나씩 두었다고 한다.

권씨는 가족들과 함께 여러 나눔 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기회가 될 때마다 연탄 나르기 활동을 하고, 자녀들에게는 “주변에 다양한 이웃들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며 정기적으로 장애인 센터에 방문해 책 읽어주는 봉사를 함께 했다고 한다. ‘베푸는 아름다움’이라는 뜻의 이름을 붙여준 딸 김시아(25)씨에게는 초등학교 때부터 아프리카 나미비아에 동갑내기 친구를 교육 후원하도록 했다. 현재 경영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김씨는 대학 진학 이후에도 새로운 교육 후원을 시작해 ‘가진 것을 나누면 내게도 행복이 된다’는 권씨의 좌우명을 이어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2년 전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한 권씨는 가족들에게도 “죽으면 가지고 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모든 것을 다 베풀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권씨는 지난 1일 운동 중 갑자기 쓰러져 뇌사상태가 됐다. 가족들은 평소 권씨의 삶과 바람을 알고 있어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기증원에 따르면 딸 김씨는 “엄마가 나와 동현(아들)이에게 가르쳤던 ‘남들에게 베풀고 당당하게 살아가라’는 마음 잘 간직하겠다”며 “우리 걱정 너무 하지 말고, 하늘나라에서도 멋진 삶 잘 살았으면 좋겠다”라며 엄마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아들 김동현(20)씨는 “엄마의 능동적인 삶의 태도를 솔선수범하며 보여주신 게 감사하다”며 “앞으로 엄마를 보거나 듣지는 못하겠지만 가르침 잊지 않고 멋지고 굳세게 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