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전 세계 스카우트들의 축제인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개막했다. 이번 잼버리에 참여하기 위해 4만3000여 청소년이 새만금을 찾았다. 사진은 칠레에서 온 대원들이 야영장에 도착해 즐거워하는 모습. /김영근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에 노란색 스카프를 매고 파란색 단복을 입은 학생 70여 명이 수문장 교대 의식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들은 1일부터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리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석차 호주에서 온 ‘스카우트 대원’이었다. 경복궁을 둘러본 제스 크레민(16)양은 “살면서 처음 보는 한국 전통문화가 신기하다”며 “함께 온 친구와 고궁박물관에서 도자기 인형 등 기념품을 사는 데만 200달러를 넘게 썼다”고 했다.

14세에서 17세 사이 청소년 4만3000명이 모이는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열리면서 전국의 관광지에서는 ‘잼버리 특수’가 일고 있다. 상당수 스카우트 대원은 1일~12일까지 열리는 행사 전후로 국내 주요 관광지를 돌아봤거나, 관광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세계 잼버리는 ‘청소년 문화올림픽’으로 불리며 4년마다 개최된다. 참가 인원은 청소년 올림픽보다 10배가량 많다. 우리나라에서 이 대회가 열리는 건 1991년 이후 32년 만이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 편의점에는 스카우트 대원 10여 명이 과자 코너를 둘러보고 있었다. 호주에서 왔다는 이삭 존스톤(15)군은 “한국 편의점에서 2달러인 젤리가 호주에선 6달러”라며 “가격이 저렴해 여러개를 사서 가져가려 한다”고 했다. 홍대입구역 근처 어울마당로 벤치는 길거리 버스킹 공연을 구경하는 갈색 카우보이 모자를 쓴 수십명의 스카우트 대원으로 빼곡히 들어찼다.

8월 1일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대회 참가차 한국을 방문한 스카우트 대원들이 서울 소공동 지하상가에서 기념품을 사고 있다./전기병 기자

행사 주관 부처인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잼버리의 관광 효과는 최소 1200억원 이상이고 간접 효과까지 합치면 6700억원까지 예상한다”며 “스카우트 대원들이 먹고 자고 사며 창출되는 수익은 물론, 미래를 이끌 세계 청소년들이 한류를 체험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민간 외교”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도 31일 스카우트 복장을 단체로 맞춰 입은 학생이 많았다. 영국에서 온 스카우트 대원 50여 명은 ‘별마당 도서관’을 구경 중이었다. 코엑스의 한 패스트푸드점은 햄버거와 아이스크림을 먹는 스페인 스카우트 대원들로 가득 찼다. 칠레 스카우트 대원 인솔자인 카탈리나 곤살레스(23)씨는 “편의점, 잡화점에서 야영에 필요한 생존용품을 사러 이곳에 왔다”며 “포크, 나이프, 컵, 선크림, 물병은 필수 구매 물품”이라고 했다.

잼버리 덕분에 상인들은 ‘관광 특수’를 누렸다.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은 “원래는 동남아 여성 관광객이 대부분이었는데 지난주부터는 보이스카우트 복장을 한 아이들도 가게를 많이 찾아왔다”며 “엄마에게 선물할 화장품을 찾는다며 2만~3만원짜리 영양 크림을 여러개 사 가는 학생도 있었다”고 했다. 강남의 한 캐릭터 상품 매장 관계자는 “스카우트 학생들에게 한국에서만 파는 한정판 캐릭터 인형이 인기가 좋다”며 “키가 150㎝ 남짓 되는 외국인 여학생이 약 15만원어치 인형을 사 가기도 했다”고 했다. 홍대의 한 제과점 점원 신모(23)씨는 “스카프를 한 스카우트 대원들이 하루에 적어도 50명은 오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중구의 ‘스탠포드 호텔’ 관계자는 “잼버리 학생들 덕분에 7월 투숙객이 2배 가까이 늘었다”며 “점심과 저녁 시간에는 로비가 스카프를 한 학생들로 가득 찬다”고 했다.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도 지난달 24일부터 31일까지 투숙객 3분의 1 이상이 칠레에서 온 잼버리 청소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