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교육부가 14일 국회 공청회에서 공개한 ‘교권 회복 종합 방안’에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등에서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들이 담겼다. 일선 교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했다는 평가다. 다만 초·중등교육법, 아동학대처벌법 등을 개정하려면 국회 다수당인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교육부는 교사 폭행 등 교권을 침해한 학생과 피해 교사를 즉시 분리하기로 했다. 현재는 교사가 학생에게 맞아도 둘을 분리할 법적 근거가 없어 교사가 휴가나 조퇴를 써야 하는 실정이다. 학교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가해 학생에게 교내 봉사, 특별 교육, 출석 정지 등 조치도 내릴 수 없다. 교육부는 교권 침해 학생과 피해 교사를 즉각 분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 방침이다. 또 가해 학생에게 출석 정지 등을 먼저 내리고 교권보호위에 추후 보고하는 방안도 도입한다.

교사가 정당한 학생 지도를 했는데도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상황도 막는다는 방침이다. 최근 교육부 사무관의 ‘왕의 DNA’ 편지 사건처럼 학부모가 무분별하게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해도 교사는 직위해제·감봉 등 불이익을 당해야 한다. 교육부는 이달 중 ‘학생 생활지도 고시안’을 확정해 교사의 생활지도 범위를 명확히 규정할 계획이다. ‘고시안’은 학생이 휴대전화 등을 부적절하게 사용하면 교사가 주의를 줄 수 있고, 이에 불응하면 압수도 할 수 있는 방안을 포함한다. 현재는 학생이 수업 중 휴대전화를 쓰거나 게임을 해도 제지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그래픽=이철원

학부모 등이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할 경우 수사기관은 수사에 앞서 반드시 해당 교육청 의견을 듣도록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일선 교사들은 수사기관이 학교 현장을 잘 모르면서 아동학대 신고만 들어오면 교사를 소환하고, 교육청도 신고와 거의 동시에 직위해제 처분을 내려 정상적 교육 활동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교육부는 또 ‘교육 침해 행위’에 학부모의 악성 민원도 포함하기로 했다. 최근 학부모가 매일 밤 교사에게 한 시간씩 전화해 자녀와 관련한 민원을 하거나 우유를 데워 먹여 달라고 하는 등 교사의 의무가 아닌 일을 강요하는 행위도 교권 침해로 보겠다는 것이다. 이런 학부모에게는 교권보호위가 서면 사과나 재발 방지 서약, 특별교육 이수 등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 계획이다. 지금은 행정 조치로 서면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만 요구할 수 있고 이행하지 않아도 강제하거나 제재할 수단이 없다. 학생이 교권을 침해해 출석 정지, 학급 교체, 전학, 퇴학 등을 받을 경우 보호자도 학생과 함께 의무적으로 심리 상담 등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최대 300만원까지 과태료를 물릴 방침이다.

교육부는 학부모 민원 창구도 학교장 직속의 ‘민원 대응팀’으로 일원화한다. 민원팀은 교감·행정실장 등으로 구성하며 전화와 온라인으로 민원을 받아 담당 교사에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학부모가 교사의 개인 휴대전화로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학교 내에 CCTV 촬영과 녹음이 가능한 민원상담실도 만들어 학부모와 교사 간 시비 소지를 줄일 방침이다. 교사가 학부모의 부당한 민원과 연락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보장하기로 했다. 학부모 등 외부인이 학교에 들어올 때는 사전 예약을 하도록 출입 절차를 강화한다.

다만 교육부의 이런 방안이 실현되려면 초·중등교육법과 아동학대처벌법 등이 개정돼야 한다. 교육부는 작년 9월에도 이번 대책과 유사한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방안’을 내놨지만 국회의 벽에 가로막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야당도 교권 보호가 시급하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고, (교권 보호를 위한) 여·야·정·교육감 4자 협의체도 구성한 만큼 이번엔 법 개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