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양림동에 조성된 '정율성거리전시관'. 중국 인민해방군 군가가 된 '팔로군행진곡'과 북한 인민군 군가로 쓰인 '조선인민군행진곡'을 작곡한 음악가 정율성을 기념하는 공간이다. /박종인 기자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광주광역시가 48억원을 들여 ‘정율성 기념 공원’을 짓는 것에 대해 “전면 철회되어야 마땅하다”고 반발했다. 정율성은 광주 출신 독립운동가이자 중국 혁명음악가다. 6‧25 전쟁이 발발하자 전쟁 위문공연단을 조직해 중공군을 위로하기도 했고, 아예 중국으로 귀화해 중국인으로 생을 마쳤다.

박민식 장관은 22일 페이스북에 ‘48억원을 누구에게 바친단 말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광주광역시가 올해 말까지 ‘정율성 기념 공원’을 짓는다고 한다. 이미 광주에는 ‘정율성로’도 있고 ‘정율성 생가’도 보존돼 있다. 음악제나, 고향집 복원 등에도 많은 세금을 썼는데, 안중근, 윤봉길도 못 누리는 호사를 누려야 할 만큼 그가 대단한 업적을 세웠나”라고 했다.

박민식 장관은 “하늘에서 정율성 찬양미화작업을 지켜보고 계실 독립지사와 호국, 민주화 영령들이 얼마나 통탄할지 솔직히 부끄럽다”며 “정율성이 독립유공자인가? 그는 대한민국을 위해 일제와 싸운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정율성은)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하고 현재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인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한 장본인”이라며 “해방 후 북한으로 귀국해 조선인민군 구락부장을 지냈으며, 인민군 협주단을 창단해 단장이 됐다. 그가 작곡한 조선인민군 행진가는 한국전쟁 내내 북한군의 사기를 북돋았다. 민족의 비극 6‧25 전쟁이 발발하자 전쟁 위문공연단을 조직해 중공군을 위로한 사람”이라고 했다.

박민식 장관은 “(정율성은) 이에 그치지 않고 아예 민족을 저버리고 중국으로 귀화해 중국 공산당을 위한 작품을 쓰며 중국인으로 생애를 마쳤다”며 “북한 정부 수립에 기여하고 조선인민군 행진가를 만들어 6‧25 전쟁 남침의 나팔을 불었던 사람, 조국의 산천과 부모형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눈 공산군 응원 대장이었던 사람이기에 그는 당연히 독립유공자로 인정될 수 없었다”고 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뉴시스

박민식 장관은 “‘중국 영웅’ 또는 ‘북한영웅’인 그 사람을 위한 기념 공원이라니, 북한의 애국열사능이라도 만들겠다는 것인가? 그렇게도 기념할 인물이 없나?”라며 “김일성도 항일운동을 했으니 기념 공원을 짓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 것인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는 데 앞장선 그를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기념한다는 것은 5‧18 묘역에 잠들어 계신 민주주의 투사들을 욕보이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를 부정하는 사업에 지방자치단체가 국민들의 혈세를 마음대로 쓴다면, 재정규율을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도 엄격히 대응해야 한다”며 “국가보훈부 장관으로서, 자유대한민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앞장섰던 사람을 우리 국민 세금으로 기념하려 하는 광주시의 계획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 전면 철회되어야 마땅하다”고 했다.

한편 정율성은 1933년 항일운동을 위해 중국 상하이로 건너가 ‘오월의 노래(1936년)’, ‘팔로군 행진곡(1939년)’ 등을 작곡해 근·현대 중국 3대 음악가로 불리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