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잘 안된 광주 현충탑 주변 추모비… 말끔하게 꾸며져 있는 '정율성 거리' - 광주 남구 광주공원의 현충탑 주변 언덕의 한 추모비(왼쪽). 관리가 잘 되지 않은 모습이다. 고 서정우 하사 모친 김오복 전 교장이 직접 사진을 찍어 강기정 광주시장에게 보냈다. 반면 남구 양림동의 '정율성 거리 (오른쪽)'는 정율성의 생전 행적이 말끔하게 정리돼 있다. /김영근 기자

국가보훈부가 광주광역시의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사업을 막기 위한 헌법소원 청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율성(鄭律成·1914~1976)은 중국 인민해방군가와 북한의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해 북·중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말년엔 아예 중국으로 귀화해 중국인으로 생을 마쳤다.

24일 보훈부 관계자는 조선닷컴에 “광주광역시의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사업을 막기 위한 헌법소원 청구가 가능한 것인지 법률 검토 중”이라며 “국민의 소중한 세금은 단 1원이라도 헌법 가치에 맞는 곳에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보훈부 관계자는 “정율성 기념사업이 우리 헌법의 가치를 저해하는지 법률 검토 중에 있다”며 “만약 그런 결론이 나온다면 헌법소원 청구를 통해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했다.

정율성은 대한민국 헌법 가치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했던 인물이기 때문에 그를 기념하는 것은 우리 헌법의 가치를 저해하는 행동이라는 취지다.

보훈부 관계자는 특히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측과도 협력해 광주시의 해당 사업이 적합한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했다.

행정안전부 감사관실은 지난 23일 광주시에 정율성 기념공원 사업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는 정율성을 기념하는 공원을 48억원을 들여 조성 중이다. 광주시는 정율성의 항일 독립 정신을 기리고, 한중 관계를 돈독히 한다는 명목으로 10여 년 전부터 정율성로(路)를 비롯한 기념관과 동상, 정율성 음악제 등을 마련했고 전남 화순군도 비슷한 사업을 했다. 이미 수십억 원이 들어갔다. 그러나 단순 좌익 계열 독립운동가가 아니라 6·25전쟁 때 국군과 맞서 싸운 북한과 중공의 군가를 여럿 작곡한 인물을 대한민국의 세금으로 기념하는 것이 타당한지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하늘에서 정율성 찬양미화작업을 지켜보고 계실 독립지사와 호국, 민주화 영령들이 얼마나 통탄할지 솔직히 부끄럽다”며 “안중근, 윤봉길도 못 누리는 호사를 누려야 할 만큼 그가 대단한 업적을 세웠나”라고 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광주는 정율성 선생을 영웅시하지도, 폄훼하지도 않는다”며 “그의 업적 덕분에 광주에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찾아온다. 정율성 선생은 시진핑 (중국) 주석이 한중 우호에 기여한 인물로 김구 선생과 함께 꼽은 인물”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