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사람 치고도 반성 안하는데 ‘여자가 무서워서 그랬을 거’라고 봐주는 서윗(상냥한) 판사님.”

최근 대구에서 벌어진 한 20대 여성의 30대 남성 고의 충돌 사건에 대해,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내리면서 온라인이 떠들썩하다. 남성 이용자 중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남성 역차별론’이 제기되고, 여성 판사의 신상과 과거 판결까지 유포됐다. 하지만 과거 판례를 보면, 법원은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사건에서 피해자가 합의한 경우 집행유예 판결을 자주 내려왔다.

이번 사건은 대구에 사는 한 여성 A(28)씨가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되면서 시작됐다. A씨는 2022년 7월 28일 오전 3시 30분쯤 대구 수성로 우방 팔레스 지상 주차장에서 BMW 승용차로 김모(39)씨를 여러 차례 들이받아 넘어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16일 그에게 징역 8개월이 선고됐지만 형의 집행은 2년간 유예됐다.

이 판결을 두고 지나치게 형이 가볍다는 지적이 인터넷에서 나왔다. 사람을 차로 들이받는 행위가 집행유예로 풀려날 정도의 범행이냐는 것이다. 손이나 발이 아닌 ‘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범죄에 적용되는 특수상해는 일반 상해보다 형이 무겁다. 벌금형이 없고 징역형만 선고받을 수 있다.

A씨는 “부주의한 운전 탓이었다”며 “피해자가 내 차로 뛰어들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를 다치게 할 고의가 없었고, 무엇보다 피해자가 사고를 내기 위해 일부러 차량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 측은 A씨의 음주운전을 의심해 신고하려던 상황에서 범행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해자는 다음날 한방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옆구리까지 통증이 이어진다’ ‘허리 통증이 심하다’ ‘다리쪽이 계속해서 저린다’ ‘차를 막은 충격으로 팔이 욱신거리고 아프다’며 전신에 부상이 있다고 했다. 피해자는 한 달 넘게 병원 신세를 졌다.

강진명 판사는 “특수상해의 고의가 넉넉히 인정된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인의 행위는 1회에 그치지 않고, 피고인 차량에 치여 넘어졌다가 일어선 맨몸의 피해자를 향하여 다시 차량을 진행하는 등 수차례 걸쳐 반복되었다”는 이유에서다.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A씨 차량을 피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1차 충격 이후 피고인 차량을 피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의 피해 예방 조치를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피해자가 일부러 피고인의 차량 앞으로 뛰어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강 판사는 그러면서 A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강 판사는 또 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피해자가 피고인을 음주운전으로 신고하겠다고 하자 두려운 마음에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 형사 처벌 전력이 전혀 없는 초범인 점” 등을 참작했다고도 했다. A씨가 피해 합의를 위해 300만원을 공탁한 점도 고려됐다.

A씨가 ‘공탁금’을 낸 것을 두고 ‘사람을 다치게 해도 돈만 내면 풀려난다’는 지적도 일각에선 나왔다. 법원 관계자는 “공탁금을 내는 것이 양형 감형 인자에 포함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은 법원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피해자 측에서 공탁금을 명시적으로 수령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를 하는 경우 양형 인자에서 제외하는 것이 맞는다는 공감대가 형성이 된다면 제도가 바뀔 수도 있다”고 했다.

통념과 달리 A씨가 유달리 법원의 선처를 받은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처럼 차를 이용한 특수상해 사건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라 법원은 특수폭행에 대해 심신미약, 진지한 반성, 형사처벌 전력 없음, 공탁을 포함한 상당한 피해 회복 등을 감형 인자로 반영한다. 상대가 얼마나 심하게 다쳤는가도 고려된다.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은 보복 운전을하고 운전자를 차로 친 혐의(특수상해 등)로 기소됐지만 2021년 6월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구 부회장은 자신의 차 앞에 끼어든 벤츠 차량에 대해 고의적인 사고를 내고, 자신을 뒤따라온 운전자를 차로 밀어 붙인 혐의로 기소됐는데, 서울중앙지법은 “피해자의 피해 정도가 크지 않으며, 원만한 합의를 이뤘다”며 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주정차 위반 단속에 앙심 품고 담당 공무원을 6.5t 화물차로 들이받은 40대 남성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피해자는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부상을 입었는데,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는 그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범행을 인정했고 피해 회복을 위한 손해 배상금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차가 아닌 ‘벽돌’을 이용한 특수상해 사건에서도 판결의 경향성은 비슷했다. 2022년 3월 대전지법은 벽돌로 행인 머리를 내리쳐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특수상해 등)로 기소된 20대 남성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죄책이 가볍지 아니하나 피해자들과 원만히 합의하고 상해 정도가 중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밝혔다.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판결을 내린 강진명 판사와 피고인의 성별이 ‘여성’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강 판사의 과거 판결까지 소환했다. 시속 156㎞의 속도로 차를 몰다 사망 사고를 낸 60대 여성에게 지난 4월 강 판사가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는데, 이 판결이 재소환된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판사의 성별으로 판결의 당부를 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