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잘 안된 광주 현충탑 주변 추모비… 말끔하게 꾸며져 있는 '정율성 거리' - 광주 남구 광주공원의 현충탑 주변 언덕의 한 추모비(왼쪽). 관리가 잘 되지 않은 모습이다. 고 서정우 하사 모친 김오복 전 교장이 직접 사진을 찍어 강기정 광주시장에게 보냈다. 반면 남구 양림동의 '정율성 거리 (오른쪽)'는 정율성의 생전 행적이 말끔하게 정리돼 있다. /김영근 기자

광주광역시가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광주 지역 학생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정율성(鄭律成·1914~1976)은 중국 인민해방군가와 북한의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해 북·중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말년엔 아예 중국으로 귀화해 중국인으로 생을 마쳤다.

25일 학생 단체인 전국학생수호연합(학수연) 광주지부는 오는 27일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로에서 전범가담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 반대 및 강기정 광주시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학수연은 2019년 고교생들이 교사의 정치 편향 교육을 폭로한 서울 인헌고 사태를 계기로 결성된 단체다. 이후 일부 단체 참여 학생들이 고교 졸업 후 대학생이 되면서 현재는 대학생과 중·고등학교 학생 비율이 3:7정도가 됐다. 이번 기자회견은 광주 지역 거주 학생과 광주 지역 출신 학생들이 주도하고, 이외 광주호남대안포럼 등 단체가 동참한다.

학수연은 이날 입장문에서 “광주호남 학생들은 우리 국민을 학살한 북한군 응원대장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을 결사반대한다”며 “전범가담 학살부역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 전면 철회하라. 학살부역 옹호하는 강기정 시장 사죄하라”고 했다.

이들은 “정율성은 중공군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하며 북한군 협주단장을 맡아 조선인민군 행진곡 또한 작곡한 바 있다. 그야말로 6·25 민족상잔의 원흉인 것”이라며 “광주시에선 이러한 전쟁범죄 가담자 정율성을 혈세 48억원을 들여가며 기념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그를 독립운동가, 걸출난 음악가라 선동하며 조성하기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학수연은 “이는 전쟁 당시 북한군으로부터 호남을 지키려 한 수많은 호남인들의 애향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우리 학생들은 자랑스러운 광주호남 학생들로서 6·25 전범 가담자 정율성을 독립운동가라고 선동하는 강기정 광주시장의 도시 상징 강요를 결사반대한다”고 했다.

이어 “광주호남 학생들은 이젠 우리 지역이 과거 운동권 세대의 전유물과 상징도시가 아닌 좀 더 자유롭고 활기찬 도시가 되기를 바란다”며 “선배 세대들의 가치관은 존중하지만, 앞으로 광주에서 살아갈 학생들과 청년세대의 선택도 존중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수연은 “자유광주를 꿈꾸는 광주 학생들은 정율성 기념공원이 우리 광주의 상징이 되지 않도록 결사항쟁하겠다”라고 했다.

앞서 호남 연고 지식인들의 모임인 호남대안포럼도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이 “5.18 민주화 운동 역사에 먹칠”이라고 비난하며 전면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