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순옥씨가 1964년 발표한 곡 '불 같은 키스'를 부르는 모습. /KTV 국민방송 유튜브

1960년대 히트곡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를 부른 원로가수 곽순옥(91)씨가 12일 별세했다.

고인은 1932년 만주 지린성 출생으로 6·25 전쟁 이전에 남한으로 넘어와 1951년 미8군 가수로 데뷔했다. 1964년에는 분단의 슬픔과 이산가족의 애타는 심경을 그린 대표곡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를 발표해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이 곡은 라디오 연속극 ‘남과 북’에 쓰였고 1965년 동명의 영화 주제가로도 사용됐다.

영화가 흥행하며 곽씨의 곡도 인기를 얻었는데 이후 가수 패티킴, 문주란, 장사익 등 여러 가수가 다시 부르며 오랜 기간 사랑받았다. 패티김이 부른 버전은 1983년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주제가로 쓰이며 누구나 아는 ‘국민가요’가 됐다. 원곡자인 고인 역시 당시 방송에 특별 출연해 노래를 부른 바 있다.

12일 세상을 떠난 원로가수 곽순옥씨. /유족제공 연합뉴스

1965년에는 홍콩으로 떠나 살며 별다른 음악이나 방송 활동을 하지 않았다. 한때 미국에도 머물렀으며, 한국으로 돌아온 뒤로는 서울에 살았다. 2021년에는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고(故) 현미와 동료 가수 한명숙이 곽씨의 근황을 수소문하는 모습이 방송을 타기도 했다. 당시 현미는 MBN 시사·교양 프로그램 ‘특종세상’에 출연해 “언니는 날씬한 데다가 멋쟁이였다. 머리는 항상 말아서 올리고 노래는 스탠더드 팝송을 많이 불렀다”며 과거를 추억했다.

그러면서 “친언니보다 더 고마웠다. 늘 우리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고 조언을 해줬다”며 “돈은 너무 펑펑 쓰면 안 되고 벌 때 잘 아껴야 한다고 했다. 그때 우린 돈의 가치를 모르고 살았는데 그걸 알려줬다. 인생 선배였다”고 곽씨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해당 방송에서 어렵게 연락이 닿았던 고인은 “뇌 수술을 했기 때문에 건강이 안 좋다. 의사가 될 수 있으면 전화나 문자를 하지 말라고 해서 휴대폰을 꺼 놓는다”며 좋지 않은 몸 상태를 전했었다.

한편 고인의 빈소는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장례식장 203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14일 오후 3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