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의 생전 모습(왼쪽)과 폭행 피해로 멍이 든 모습./연합뉴스

6세 딸을 둔 옛 연인의 집 앞에 찾아가 피해자를 살해한 30대 스토킹범에 대한 첫 공판이 19일 열린다. 이 남성의 엄벌을 요구하는 탄원서 4만4000여건도 제출될 예정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0분 인천지법에서 살인 및 특수상해,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남성 A(30)씨의 재판이 열린다.

A씨는 지난 7월 17일 오전 5시 54분쯤 인천시 남동구 아파트 복도에서 옛 연인 B(37)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범행을 말리던 B씨의 어머니도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양손을 다쳤다.

피해자는 이날 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복도에서 A씨를 마주쳤다. 공포심에 사로잡힌 피해자는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하느냐”며 “살려달라”고 소리쳤으나, A씨는 숨겨둔 흉기를 꺼내들고 피해자의 가슴과 등 쪽을 찔러 살해했다. 그는 비명을 듣고 나온 피해자의 어머니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6살 손녀가 있는 집 안으로 들어가 경찰에 신고했다. 피해자는 이혼한 뒤 홀로 6살 딸을 책임지고 있던 가장이었다.

A씨는 지난 2월 B씨를 상대로 데이트 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지난 6월에는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후 피해자 주변 100m 이내 접근을 금지하는 법원의 제2∼3호 잠정조치 명령을 받았으나, 이를 무시하고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범행 나흘 전인 7월 13일부터 매일 피해자 집 앞 복도에 찾아갔던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옛 연인을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30대 스토킹범 A씨가 인천 논현경찰서를 나서는 모습. /뉴스1

A씨는 경찰에 “B씨가 헤어지자고 하면서 무시해 화가 났다”면서도 “스토킹 신고에 따른 보복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A씨에게는 형법상 살인죄보다 형량이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죄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에 유족은 “‘스토킹 신고로 살해했다’는 범행 동기가 파악되지 않았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A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글을 지난 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피해자가 받은 스토킹 문자메시지 내용과 피해자의 사진도 공개하고 나섰다. 글을 접한 시민과 피해자의 지인들이 공분하면서 지난 18일까지 약 4만4000건의 탄원서가 모였다.

A씨는 유족 측에는 별다른 사과를 하지 않은 채 현재까지 6차례에 걸쳐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