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 사자'로 불렸던 수사자의 6살 딸인 암사자가 좁은 실내 사육장에서 생닭을 문 모습./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비쩍 말라 이른바 ‘갈비 사자’로 불린 수사자가 있었던 경남 김해시의 부경동물원에 남아있는 동물들이 굶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동물보호단체에서 동물들을 위한 ‘사료 지원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그렇지 않아도 마른 동물들을 도와달라”며 모금활동을 벌여 매주 동물원에 과일, 채소, 생닭 등을 보내고 있다.

‘갈비 사자’로 불린 수사자는 지난 7월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졌지만, 문제의 동물원은 지난 8월 돌연 운영을 중단했다. 코로나발(發) 경영난으로 사정이 어려운 데다가, 갈비 사자를 계기로 동물 학대 논란이 불거져 김해시청에 “이 동물원을 폐쇄해달라”는 민원이 빗발친 탓이다.

이 동물원의 실내 사육장에 사자와 호랑이 등 야생 동물이 전시됐는데, 공간도 좁은데 자연 채광도 부족해 실내에서 사육하는 것이 비윤리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수의학 박사인 이혜원 한국동물복지연구소장은 “야생동물로서 단순히 먹고 자는 것 외에도 사회적인 행동, 운동량 충족, 위생적인 환경, 지루하지 않은 동물원 환경 등이 중요한데, 저런 환경에서는 먹이를 받아먹고 잠을 잘 수 있는 것 외에 그 다른 요소가 충족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남 김해시 부경동물원에서 비쩍 마른 모습 때문에 '갈비 사자'라는 별명까지 붙은 수사자 바람이. 지난 7월 충북 청주동물원이 시설이 열악한 부경동물원에서 이 사자를 이관 받았다./김해시청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

문제의 동물원은 운영을 중단했지만, 여전히 동물원엔 사자·흑표범·사막여우·백호 등 30여종 50마리 정도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동물원에 방문했던 관람객에 의해 ‘갈비 사자’가 떠난 자리에 딸인 2017년생 6살 암사자가 들어간 사실도 알려졌다. 남아있는 동물들은 당장 다른 동물원으로 분양이 어렵고, 부경동물원 측은 남아있는 동물들의 사룟값을 충당하기 어렵다는 사정을 전했다.

그러자 갈비 사자를 구조한 동물보호단체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이 모금에 나섰다. 동물학대방지연합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닭과 과일 건초 등, 그렇지 않아도 마른 동물들을 최소한 제대로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며 모금 게시글을 올렸다. 이틀 간 1000여만원이 모였다.

지난 8월 23일을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 부경동물원에는 동물들 먹거리가 배달되고 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도 어김없이 경남 김해의 부경동물원의 동물들에 ‘생닭 140 마리, 채소, 과일’ 꾸러미의 명절 선물이 전달됐다. 1주일 간 동물원 냉동고에 보관할 수 있는 분량이다.

동물복지 논란으로 8월 12일부터 운영을 중단한 경남 김해시 부경동물원에서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관계자들이 기부금을 통해 마련한 과일과 채소 먹이를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회원들은 첫 배달 때 이 동물원에 직접 방문해 생닭과 두 달 분량의 건초, 수박 같은 제철 과일과 당근 같은 채소를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 김애라 대표는 “바람이의 딸은 처음에 사육장에 닭을 던져주니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시간이 좀 지나자 그제야 생닭을 맛있게 먹더라”고 했다. 동물원 측은 “동물들도 맛있고 제철인 단 과일들을 좋아하고, 맛없는 음식이나 과일을 넣어주면 잘 안 먹는다”며 “덕분에 싱싱한 음식들을 굶주린 동물들이 맛있게 먹었다”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부경동물원 대표는 이 외에도 대구 수성구와 달성구의 동물원에도 대표자로 등록됐다. 대구 수성구의 동물원에서는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돼 지난 6월 2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 받았다. 동물원 운영자가 동물보호법으로 기소된 첫 사례였다.

남은 동물들은 매매 등 방식으로 분양할 계획이라고 전해졌다. 이 기간 동안 동물에 사료는 계속 공급돼야 한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관계자는 “현재까지 모금액으론 12월초까지 먹이를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부경동물원 대표는 “여러 기관과 협의해서 동물들을 분양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