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스포츠조선DB

“앞으로 대다수 토크쇼의 패널은 상대적으로 정확하고 정보 습득력이 빠른 AI로 대체될 것입니다. 그러나 AI도 때로 거짓말이나 농담을 하기 때문에 이를 잘 구분해내지 못한다면 향후 큰 혼란에 빠질 수도 있어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난 18일 온라인 미니북 플랫폼 ‘유북’에 국민 MC 유재석을 주제로 펼친 토크쇼를 기반으로 한 독특한 평전이 공개됐다. 이 토크쇼 기반 평전이 독특했던 이유는 사람이 아닌 AI가 패널로 참여해 토크쇼를 진행한 것을 엮었기 때문이다. 오픈AI의 챗GPT, 마이크로소프트의 빙, 네이버의 클로바X 등 국내외를 대표하는 인공지능 삼총사가 패널 주인공들로 사회자가 세 AI의 프롬프트창을 각각 띄워둔 뒤 이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식으로 토크쇼가 진행됐다. 토크쇼의 사회자이자 평전 저자인 유기윤(58) 서울대 공대 스마트시티전공 교수는 지난 23일 본지 인터뷰에서 “AI들이 기대 이상으로 똑똑하고 서로의 오류를 잡아주기도 해 상당히 놀라웠다”며 “곧 AI 토크쇼 시대가 열릴 것이라 본다”고 했다.

지난 2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공과대학 연구실에서 만난 유기윤 서울대 스마트시티전공 교수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 교수는 최근 AI 기반 토크쇼를 바탕으로 '유재석 평전'이라는 미니북을 펴냈다. /장련성 기자

유 교수가 토크쇼를 진행하며 가장 놀랐던 점은 AI가 기존의 지식들을 기반으로 미래에 대한 예측도 해낸다는 것이었다. 특히 챗GPT는 유재석의 향후 활동에 대해 “예능 쪽으로는 무한한 에너지와 유머감각 덕분에 여전히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가운데,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적인 팬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활동도 이어갈 것 같다”고 답해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풍부한 답변을 뽐냈다. 그러나 빙은 유재석이 과거에 이미 출연했던 프로그램을 현재 준비 중이라고 하는 등 정확도가 조금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유 교수가 또 하나 놀랐던 점은 클로바X가 국내 AI이기에 가장 유재석에 대해 잘 알 줄 알았으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유 교수는 “챗GPT가 가장 풍성하고 정확한 답변을, 빙은 내용은 풍성하지만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는 답변을 해낸 데 반해 클로바X는 산출되는 지식의 양이 가장 적었다”고 했다. 가령 유재석에 대해 아느냐고 물을 때 챗GPT나 빙은 유재석의 유년 시절부터 그간 활동한 프로그램에서의 활약을 풍성하게 답했지만 클로바X는 ‘유재석씨를 안다. 과거 한국의 무한도전과 해피투게더에 나왔었다’라는 식의 답변이었다는 것이다.

국내 인물에 대한 토크쇼인데도 클로바X의 대답이 가장 부족했던 것에 대해 유 교수는 국내 AI 연구의 방향성이 수정돼야 함을 지적했다. 국내에서 AI 연구를 진행하는 기업들이 알고리즘 분야에서 외국보다 뒤떨어지면서 챗GPT나 빙 같은 전 세계 범용 AI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었다. 그 해결책으로 유 교수는 국내 AI 기업들이 한국인에 특화된 특정 영역의 데이터를 학습시킨 한국 특화 AI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그는 “알고리즘과 데이터 학습 역량이 외국보다 떨어지는 상황에서 그들과 같은 전략을 쓴다면 챗GPT의 하위호환 버전밖에 만들 수 없다”며 “외국 기업은 기업 가치가 수십조에 달하니 저작권 소송을 감당할 수 있지만 국내 기업은 소송전을 감수하면서까지 공격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기 어렵다”고 했다. 결국 한국 특화 AI를 만들어 국내 시장부터 지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지난 2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공과대학 연구실에서 만난 유기윤 서울대 스마트시티전공 교수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 교수는 최근 AI 기반 토크쇼를 바탕으로 '유재석 평전'이라는 미니북을 펴냈다. /장련성 기자

앞서 토크쇼 패널이 AI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언한 유 교수는 AI 토크쇼 시대가 가져올 여러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유 교수는 “AI도 틀릴 순 있지만 그 정확도나 지식을 찾는 속도 면에서 인간과 비교가 안 된다”면서도 “AI의 거짓말을 구별해내는 것은 어렵기에 그 오류를 바로잡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반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농담이나 거짓말을 구분하기가 쉬운 인간에 비해 AI의 경우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유 교수는 AI 변호사들이 참여하는 재판 토론회도 열릴 수 있는데 그 토론회가 실제 판결에 미칠 영향 등도 미리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편 최근 미니북 플랫폼 ‘유북’을 만든 유 교수의 향후 목표는 유북의 상용화다. 유북은 미니북을 콘텐츠로 하는 전자책자인데 10페이지씩을 하나의 에피소드로 담아 공개하는 무료 서비스다. 유 교수는 “요즘 전 국민이 유튜브, 드라마, 게임에만 빠져 책을 읽지 않는다”며 “책을 읽고 싶어도 그 방대한 양에 엄두를 못 내는 이들이 많은데 책도 넷플릭스처럼 단편 에피소드로 끊어 공개한다면 조금 더 독서에 대한 심리적 접근성이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