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고시원 벽지를 뜯어내자 빈대와 함께 빈대 배설물로 오염된 벽지 안쪽 모습이 드러나는 모습. /원스톱방역 제공

최근 서울 시내를 비롯한 전국에서 빈대 관련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시민들은 “집에 한번 빈대가 생기면 박멸하기 어렵다는데, 지하철에 앉기도 겁난다”며 걱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숙박 시설과 고시원, 지하철 등에 대한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빈대는 감염병을 옮기지는 않지만, 피를 빨아 생명을 유지하므로 피부 가려움증이나 알레르기 등을 유발하는 해충이다.

국내에서는 1970년대 DDT 살충제 도입 등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었다. 하지만 최근 프랑스 등 외국에서 빈대가 퍼지며 국내에서도 빈대 관련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월 대구 계명대 기숙사에서 학생이 빈대에 물렸다는 신고가 접수돼 대학 측이 긴급 소독에 나섰다. 지난달 13일에는 인천 서구 사우나에서 살아있는 빈대 성충과 유충이 발견돼 운영이 잠정 중단됐다. 지난달 25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고시원에서도 빈대가 발견됐다. 방역 전문 업체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서울시내 25개 구 가운데 13개 구에서 24건의 빈대 방역 작업이 이뤄졌다.

서울시는 빈대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빈대발생 신고 센터’를 운영한다. 보건소, 120다산콜센터, 서울시 홈페이지 배너를 통해 신고할 수 있다. 신고가 접수되면 자치구에서 신속히 현장에 출동해 빈대 출현 여부를 확인하고, 관계 법령에 따라 방제 조치를 할 예정이다.

시는 빈대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부터 집중 점검을 시작했다. 서울에 있는 호텔, 숙박시설, 목욕탕, 찜질방 등 총 3175곳을 대상으로 침구 세탁, 소독 여부 등 위생관리 실태를 특별점검하고 연말까지 점검을 이어갈 방침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체류하는 숙박시설 등에는 소독 의무 등 위생관리 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한다. 숙박시설, 호텔 등에서 빈대가 발생한 경우 신속히 방제하고, 이후 10일 간격으로 2회 추가 점검을 실시해 빈대가 박멸됐는지도 확인할 예정이다.

시는 또 쪽방촌, 고시원 등 위생취약 시설의 빈대 예방을 위해 예산 5억원을 긴급 교부하기로 했다. 이 밖에 시민이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 방제에도 힘쓸 계획이다. 서울지하철의 경우 직물 소재 의자를 주기적으로 고온 스팀 청소하고, 전문 방역업체를 통한 관리를 시작한다. 직물 의자는 단계적으로 다른 재질로 변경할 예정이다.

◇혹시 우리집도? 빈대 흔적 조사 방법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빈대는 어두운 곳에서 움직이고, 야간에 자는 사람을 흡혈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발견하기 어렵다. 대신 빈대의 부산물이나 배설물 등 흔적을 찾아서 빈대가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서울시는 빈대의 흔적이 얼마나 발견되는 지에 따라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단계, 침대 한 곳에서만 확인 ▲2단계, 침대 근처 테이블이나 서랍장에서 발견 ▲3단계, 벽과 맞닿은 곳에서 발견 ▲4단계, 콘센트에서도 발견 ▲5단계, 벽과 천장에서도 빈대 흔적이 발견되는 식이다. 여러 곳에서 발견될수록, 침대와 먼 곳에서 발견될수록 심각한 상황이다.

◇세탁은 고온으로, 여행 다녀왔을 땐 가방 밀폐 보관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빈대 예방을 위해서는 중고가구나 낡은 책 등 빈대에 오염되었을 수 있는 물품을 함부로 집안에 들이지 않아야 한다. 집의 갈라진 틈이나 벽지 등을 수리해 빈대 서식처를 최소화하는 것도 좋다.

빈대를 없애려면 진공청소기(헤파필터)를 이용해 침대 매트리스 등을 청소하고, 내용물은 비닐 봉투에 밀봉해 즉시 폐기해야 한다. 옷과 침구류는 고온으로 세탁 및 건조시킨 후 다림질해 보관해야 한다. 여행용 가방은 대형 비닐 봉투에 넣고 가정용 살충제를 수차례 분사한 후 2~3일 보관하는 것이 좋다.

가정 방제 방법으로는 가구 틈, 침대 등에 가정용 에어로졸 살충제를 집중 분무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만, 유독기체를 사용하는 훈증 방제는 전문가를 통해야 한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서울시는 자치구와 함께 빈대 확산 방지를 위해 즉시 대응하고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빈대를 발견할 경우 즉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