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국가보훈부 주관 여성 제대군인 간담회 행사에 참석한 박순향(왼쪽) 전 육군 소령과 이서인 전 육군 중령이 본지와의 인터뷰를 갖고 있다. / 장련성 기자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면전에 유대인 여성들의 자진 입대 행렬이 이어지면서 화제가 됐다. 세계 곳곳에서 이스라엘 예비군 여성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기 위해 이스라엘 방위군에 재입대한 것이다. 이스라엘에서는 남녀 모두 병역 의무를 마치고 예비역이 된다.

우리나라도 우수한 여성 예비역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여성 제대군인 간담회’가 열렸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여성 제대군인과 소통하고, 감사와 격려를 전하기 위해서다. 이날 행사에는 단기 또는 장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해,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제대군인 12명이 초청됐다. 제대한 여성을 대상으로 열리는 간담회는 올해 처음이다.

국내 최초의 여군 정훈장교 이서인(61)씨는 27년 10개월의 복무를 마치고 지난 2014년 육군 중령으로 제대했다. 전역 후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여성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우리나라도 여성 예비군의 활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이씨는 한 20대 유대인 여성이 외국 유학을 접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참전했다는 소식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이씨는 “우리나라도 현역 군인 뿐만 아니라 안보 의식이 우수한 예비역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여성 예비군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했다. 인구 절벽으로 군 병력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성별을 불문하고 예비역 확보를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만난 박순향(58)씨도 21년 8개월의 복무를 마치고 2010년 육군 소령으로 제대했다. 박씨는 전투병과 여군 최초의 평화유지군으로, 2001년 동티모르 파병을 갔다. 박씨 역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참혹한 모습을 영상과 사진을 통해 접하며, 동티모르 파병 당시를 떠올렸다고 했다. 박씨는”한 이스라엘 여성이 하마스에게 머리채가 잡혀 끌려가는 영상을 보고, 분쟁 상황에서 기본적인 인권조차 존중받기 어려운 현실이 다시금 기억났다”고 했다. 동티모르에서 박씨는 분쟁으로 가난해진 여성들이 생계 유지를 위해 성매매에 스스로 뛰어드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한다. 파병 경험으로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된 박씨는 전역 후 국방부 성폭력예방대응담당관으로 일하고 있다.

두 제대 여성은 군 병력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을 유입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씨는 “저출산으로 입대하는 군인의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여군을 유입하는 건 하나의 출구 전략”이라며 “성별에 관계없이 우수한 군인을 양성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한다”고 했다. 이씨는 진급 확대와 장교와 병사 선발 시 여성 비중 확대 등 의견을 제시했다. 박씨는 여군 확보를 위해선 누구나 안전하게 복무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박씨는 “남녀를 불문하고 군에서의 직업성이 확보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군 내 여성 비율이 늘면 더 많은 우수한 여군이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