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에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 손팻말을 들고 서 있는 장진호씨. /뉴스1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 ‘자유의 여신상’으로 분장한 남성이 서 있었다. 몸에 걸친 옷은 물론이고 팔·얼굴 등 피부가 노출된 부분도 실제 자유의 여신상처럼 민트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오른손에 들린 횃불대엔 ‘2030 부산 엑스포’라는 피켓이 붙어있었다. 지나던 시민 일부는 남성을 힐끔힐끔 쳐다봤고,누군가는 사진 촬영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남성의 정체는 경남 거제에서 올라온 장진호씨.

‘왜 이렇고 있냐’는 질문에 “부산에서 엑스포가 열리면, 한국뿐만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거제도 홍보가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뭐하시는 분이냐’는 물음엔 “부산에서 의류업계에 종사한다”고만 했고, 나이를 묻자 “그냥 50대로만 써달라”고 했다.

장씨는 지난 21일부터 광화문 광장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그가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점심도 굶고 자리를 지킨다. 서울에 한파특보가 내려졌던 24일에도 장씨는 이 자리에 있었다.

온라인에서부터 화제가 됐다. 커뮤니티 등에 ‘광화문에 자유의 여신상 출연’ 등 제목으로 장씨 목격담이 올라왔다.

‘자유의 여신상’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랜드마크니까, 관광객들의 이목을 더 끌 수 있을 거 같아서”라고 했다.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 자유의 여신상 차림으로 한 시민이 나타나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홍보하고 있다. /이태경기자

‘시민들 반응이 어떠냐’는 질문에 장씨는 “너무 좋아해 주신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흥미를 자주 보이시는데, 그럴 때 너무 뿌듯하다. 사진도 찍고, 스몰토크도 나눈다”고 했다. 장씨는 “(이런 관심이)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장씨는 28일까지만 자리를 지킬 예정이다.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개최지 결정 투표가 진행되는 날이다. 장씨는 “간절한 염원이 이뤄지면 좋겠다”며 “만일 부산 엑스포 유치가 결정된다면, 또 서울에 올라와 자축 퍼포먼스라도 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개최지 결정 막판까지 유치전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긴 행진곡 중 마지막 악장만 남기고 있는 심정”이라며 “민관이 흘린 땀은 어느 나라보다 진했다고 생각한다. 막판까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