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강남역 신분당선 5번 출구 앞에 ‘레깅스룸’ ‘셔츠룸’ 선정적 문구와 반나체 여성 사진이 그려진 전단지들이 널브러져 있다./오유진 기자

지난달 15일 오후 11시 서울 지하철 강남역 신분당선 5번 출구. ‘강남아가씨’ ‘1인환영 강남가라오케 셔츠&하이퍼블릭룸’ 등이 적힌 전단지가 160m 대로변에 550여 장 널브러져 있었다. 오후 11시 29분이 되자 검은색 패딩을 입은 두 남성이 오토바이를 타고 인도로 올라와 좌우 번갈아 가며 전단지 수십장을 뿌리면서 지나갔다. 인근 분식점 사장 50대 이모씨는 “지난 9월부터 매일 밤 11시 30분 전후로 20대로 보이는 남성들이 전단지를 엄청 뿌리고 간다”며 “집중 단속 기간에만 잠깐 안 나오다가 최근 다시 나타났다”고 했다.

서울 각 지자체에서 “불법 선정성 전단지 뿌리 뽑겠다”며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전단 배포자들을 검거해도 형사 처벌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마포구청은 지난 4월 불법 성매매 전단지를 제작하고 배포한 강남의 한 유흥업소 사장 50대 남성 A씨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A씨는 여성의 신체가 노출된 사진을 담은 성매매 전단지를 제작하고, 배포자들을 통해 강남·홍대 등 유흥업소 밀집 지역에 전단지를 무작위로 살포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A씨를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지만, 8개월째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민생사법경찰단 관계자는 “업소가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전단지 배포 의뢰자와 배포자 모두 특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강남경찰서는 지난 5월 A씨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경찰 일선에선 전단 배포자들이 이용하는 오토바이, 밴 등이 명의 이전이 안 된 ‘대포차’이고, 배포자들에게 일당이 지급되는 방식이 달라져 이를 규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경찰 관계자는 “전단지에 적힌 번호로 손님이 성매매 업소를 찾으면, 해당 손님이 이용한 테이블 요금의 일부를 현금으로 지급해 추적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범죄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단속반을 운영하는 강남구와 서초구는 올해 1~10월 전단지 배포자에 대한 고발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전단지에 성매매 등이 명시돼 있어야 고발할 수 있는데, 여성 사진과 전화번호만 있고 업소명도 나와 있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