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법

요양보호사에게 환자의 석션 시술로 가래 흡입을 맡긴 대학병원 의사에게 법원이 선고유예 판결을 했다. 의료 인력 부족으로 인해 관행적으로 석션 시술이 자주 시행된 것을 참작한 것이다.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김범준 판사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 노원구의 한 대학병원 의사 신모(62)씨에 대해 선고유예를 지난 13일 내렸다.

선고유예 판결은 비교적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 2년간 형의 선고를 미뤄주는 것이다.

신씨의 지시대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다 끝내 환자를 숨지게 한 요양보호사 이모(65)씨에게는 의료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신씨는 간병인으로 고용된 이씨에게 석션 시술을 가르치고 직접 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2021년 4월 16일 뇌출혈 환자 전모(62)씨 간병인으로 고용된 이씨는 신씨의 지시에 따라 환자에게 직접 시술하다 의료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달 18일 이씨는 오전 3시쯤 기관 절개 시술을 받은 전씨의 기도 속 가래를 제거하기 위해 석션 시술을 하라는 지시를 받고 직접 시술을 하게 됐다. 시술을 받던 중 간이침대에서 잠들어 그 사이 기관 내 손상과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인 전씨는 결국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장기 기능이 저하돼 두 달 뒤인 2021년 6월 18일 숨졌다.

신씨는 석션 시술은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을뿐더러 이씨에게 직접 시술을 교육하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의료 행위는 의료인만이 할 수 있음을 원칙으로 하되 간호사·간호조무사 등 면허를 가진 자가 의사 지도하에 진료 또는 의학적 검사에 종사하는 행위는 허용된다’는 대법원 판결과 석션 시술을 의료행위로 본 보건복지부 규정 등을 토대로 신씨 주장을 기각했다.

다만, “우리나라 대부분 병원에서는 의료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중증 환자가 아닌 한 관행적으로 간병인 등에 의해 석션 시술이 자주 시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 인력 확충 등 의료시스템 개선 없이 모든 환자에 대한 석션 시술이 의료인에 의해 시행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