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물 새는 배관을 찾기 위해 건물주가 상가주택을 부순 모습./ SBS

수년간 누수 피해를 입어온 부산의 한 상가 주인이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건물까지 허무는 일이 발생했다. 관할 구청은 그간 “누수는 없다”고 해왔다가, 상가 주인이 건물을 뜯어 물이 새는 배관을 확인하자 이번에는 누수 원인을 주인의 철거 공사로 돌렸다고 한다.

10일 SBS에 따르면, 건설업에 종사하는 A씨는 7년 전 부산 남구 우암동의 한 상가주택을 매입한 이후 상하수도관의 누수를 의심해왔다. 바닥이 펄처럼 변하고 리모델링한 건물 벽에 금이 가는 등 징조가 있었다고 한다. 1층 바닥과 2층 슬래브에도 물이 새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건물 내 시설을 모두 점검했으나 누수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이에 A씨는 상하수도 누수를 의심해 관련 기관인 남구청에 수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물이 샌 적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누수 피해는 계속됐다. 지난해에는 건물과 골목길 사이 석축 일부가 무너지자 위험을 느낀 세입자가 짐을 빼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참다 못한 A씨는 원인을 찾기 위해 건물을 허물었고, 물이 새는 배관을 찾았다. 공개된 영상에는 건물 위로 지나는 골목길 아래 매설된 상하수도관에서 물이 줄줄 새는 모습이 담겼다. A씨는 이곳에서 흘러나온 물이 건물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하수도관에서 물이 새고 있는 모습. /SBS

그러자 ‘누수는 없다’던 구청은 말을 바꿨다. 구청 측은 하수도 누수 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A씨의 철거 공사 역시 누수에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이다. 남구청 관계자는 매체에 “누수가 된 부분도 있긴 한데, 자기가 건축물 해체하다 보니 복합적 영향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A씨는 “내 목숨을 걸면서 이 건물을 지키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고, 7년을 피해 봤는데, 아직까지 피해를 본다는 게 너무 짜증 나고 황당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