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총선 1호 공약으로 저출생 대책인 ‘일·가족 모두 행복’ 정책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같은 날 국회에서 ‘저출생 종합 대책’ 공약을 발표했다. /이덕훈 기자

17일 오후 경북 의성군 단촌면의 한 마트. 10평 크기에 식료품과 생활용품이 구비돼 있지만 분유와 기저귀는 없다. 문구류도 안 보인다. 주인 이모(63)씨는 “동네에 아이가 없어 분유와 기저귀는 10여 년 전부터 아예 들여놓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성인용 기저귀가 있었다. 생리대도 보였는데 이씨는 “가끔 할머니들이 성인 기저귀 대신 쓰려고 사 간다”고 했다. 주민 김형구(85)씨는 “경로당에 가면 65세가 막내”라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의성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45.4%에 이른다. 전국에서 가장 고령화한 지역이다. 유엔 경제사회국은 “2050년 한국은 65세 이상이 40%를 넘으며 가장 늙은 국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 기초자치단체 226곳 중 65세 이상이 40%대인 지역은 15곳이다. 이중 7곳이 경북과 대구(군위)에 있다. 경북은 ‘미리 보는 대한민국’인 셈이다. 그러자 경북 이철우 도지사는 18일 “초저출생과 전쟁을 선포한다”며 “북핵보다 무서운 것이 저출생”이라고 했다. 경북은 이날 ‘저출생 대책’으로만 신년 업무 보고를 했다.

소멸 위기를 절감하는 지자체일수록 파격적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전남 강진군은 아이 1명당 7세까지 최대 5040만원을 지원한다. 최근 세 쌍둥이를 낳아 7년간 1억5120만원을 받는 가정도 나왔다. 충북 영동군과 인천시는 ‘1억원 지원’을 내걸었다. 신혼부부에게 월 1만원에 아파트를 빌려주는 곳도 있다. 서울·세종 공무원은 내놓기 힘든 ‘지역 맞춤형’ 정책을 지자체가 앞장서 시행하는 것이다.

18일 오후 경북 의성군보건소의 치매안심센터 쉼터에서 어르신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쉬고 있다. 센터에선 화투 퍼즐 맞추기 등 어르신 치매 예방 수업을 한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45.4%로 전국에서 가장 고령화한 의성군은 저출생이 심각한 대한민국의 미래 모습이다./신현종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저출생 총선 공약을 나란히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올리고, 남편에게도 1개월의 출산 유급 휴가를 준다고 했다. 민주당은 자녀 2명을 낳으면 24평 주택을 제공하고, 신혼부부에게 1억원을 빌려준 뒤 자녀 수에 따라 탕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여야가 소모적 정쟁 대신 정책 대결을 벌이는 모습은 그동안 보기 어려웠다. 저출생 위기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안동=안준용 기자, 의성=오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