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정문. /서울대 제공

교육당국이 2025학년도부터 수도권 대학과 거점국립대에 대학 재정지원을 무기로 무전공 입학 확대를 압박하자 전국 대학의 인문대 학장단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인다.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국공립대학교 인문대학장 협의회와 전국사립대학교 인문대학장 협의회는 2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인문대학에서 ‘교육부 무전공 모집 정책에 대한 전국 인문대학장의 입장’을 발표한다. 이들은 이날 “교육부의 무전공 확대 정책이 충분한 정책적 고려 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기초·순수 학문의 위기가 증폭될 것”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낼 예정이다.

무전공 확대 정책에 대해 인문대학들이 가진 우려의 요지는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교육부가 정부 재정 지원 사업을 구실로 대학의 학사나 입학 등에 간섭하는 것을 자제하라는 것이다. 둘째는 무전공 모집이 융합교육 등을 위해 과연 좋은 제도가 맞는지에 대해 아직 증명되지 않았고, 이에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간 학과를 정해두지 않고 뽑는 광역 모집 등 방식을 시험하다가 쏠림 현상 등 여러 문제점이 있어 학과제로 돌아온 것인데 지금 (특정 학과로의) 쏠림 현상이 심하면 더 심했지 덜하진 않은 상황에서 적절한 대책 없이 무리하게 시도되는 정책이란 것이다.

또 인문대학들은 서울대에서 이미 자유전공학부를 통해 123명의 인원을 무전공으로 뽑는 것과 같이 각 대학의 형편에 맞게 무전공 선발이 이뤄지고 있는데, 모든 대학에 일률적으로 일정 비율을 정해 강제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 마지막으로는 무전공 확대 정책이 지나치게 촉박하게 시행되고 있다는 점을 꼬집는다. 무전공으로 선발한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한 준비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내년부터 시행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는 것이다.

전국 국공립대 인문대학장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강창우 서울대 인문대학장은 “교육부에서 1차로 내놓은 기준을 맞추려면 각 대학의 모집 인원을 기존 단과대에서 추려서 무전공 모집의 정원으로 써야 할 텐데 그 무전공 입학생 정원은 인기학과로 상당 부분 쏠릴 것”이라며 “인문대학의 전공들을 비롯해 한국의 기초·순수 학문이 상당히 어려운데 이 상태에서 무전공이 확대되면 기초·순수 학문은 고사 직전으로 몰린다”고 했다.

한편 교육부는 최근 주요 국립대와 수도권 사립대에서 ‘무전공 입학’을 대폭 확대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입학 정원의 20% 이상, 2026년에는 25% 이상 무전공 입학생을 선발하게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각 대학은 무전공 입학 정원과 그 방식을 어떻게 전할지를 두고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