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도로에서 음주 운전을 하다가 앞서 가던 배달 기사를 추돌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A(24)씨가 5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A씨를 상대로 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도주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3일 새벽 서울 강남의 한 도로에서 음주 운전을 하다가 앞서 가던 배달 기사를 추돌한 A(오른쪽)씨가 사고 직후 출동한 경찰 앞에서 반려견을 끌어안고 있는 모습. /인터넷 커뮤니티

A씨는 지난 3일 새벽 4시 35분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술을 마시고 자신의 벤츠 차량을 몰다 앞서 주행하던 오토바이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그 상태로 100m가량 더 이동한 뒤 멈췄다. 이 사고로 50대 배달 기사 B씨가 숨졌다.

이번 사고가 논란이 된 건 사고 직후 알려진 A씨의 행동 때문이었다. 체포 당시 A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고 목격자는 본지에 “A씨가 사고를 내고도 개를 끌어안고 앉아 경찰에게 협조하지 않았다”며 “경찰이 개와 분리하려 하자 싫다고 하면서 경찰에게 엄마와 통화하게 해달라고 했다”고 했다. 그는 “A씨는 경찰과 몇 분간 실랑이를 한 뒤 수갑을 차고 연행됐다”고 했다. 경찰 간이 약물검사에서 마약 양성 반응은 나오지 않았고, 동승자는 없었다고 한다.

현장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 - 지난 3일 새벽 서울 강남의 한 도로에서 음주 운전자에게 치여 숨진 배달 기사를 추모하기 위해 현장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 /양승수 기자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한국과 중국을 오가던 유명 DJ라고 한다. 중국 활동으로 이름을 알린 A씨는 최근 유명 K팝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음악 페스티벌에도 참여했다. A씨 전 소속사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이번 사고를 일으킨 여성이 소속사 DJ였던 A씨가 맞는다”며 “A씨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A씨의 어머니가 전화를 대신 받았다”고 했다. A씨 어머니는 울먹이며 “A가 진짜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닌데 너무 오해를 하는 것 같다. 너무 여론이 좋지 않다”고 전 소속사 관계자에게 말했다고 한다.

사고 현장 인근에는 숨진 B씨를 애도하는 임시 분향소가 세워졌다. 이곳에는 B씨가 사고 당시 쓰고 있던 오토바이 헬멧, 배달노동자조합에서 보낸 조화, 시민들이 가져온 술과 음료수, 간식이 놓였다. B씨의 빈소는 사건 이틀 뒤에도 차려지지 않다가 5일 밤늦게 차려졌다. B씨는 홀로 살며 배달 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날 ‘현장에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데, 피해자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고 했다. 또 ‘피해자를 들이받은 것은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몰랐다”고 답했다.

피의자 A씨는 “유족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의향을 경찰에 전달했다고 한다. 다만 안씨의 사과 의향은 아직 유족에게 전달되지 못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사고 직후 사고를 수습하지 않았다는 일부 논란에 대해 “사고 후 미조치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며 “향후 의혹에 대해서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