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사장님 웃으세요!”

지난 16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 현대화거리. 파란색 맨투맨을 입은 앳된 얼굴의 학생들이 ‘신입사장 용용이’라 쓰인 머리띠를 쓰고 상인들의 ‘세 컷 사진’ 촬영을 안내하고 있었다. 사진 부스 주변은 시장을 찾은 어린이들과 대학생들, 상인들로 북적였다. 용문시장에서 건어물 가게를 운영한다는 상인 채옥순(61)씨는 “남편이랑 사진을 찍어야겠다”며 가게에서 남편을 데리고 나와 함께 활짝 웃으며 손으로 ‘브이’ 포즈를 취했다.

고물가로 침체된 전통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대학생들이 나섰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처음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인 ‘전통시장 리플레이톤’을 개최했다. 공단 관계자는 “대학생들의 톡톡튀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협업을 통해 전통시장을 살려보자는 생각에서 사업을 준비했다”고 했다. 이날 용문시장 행사는 공모전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숙명여대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했다.

용산용문시장 상인이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산용문시장 상인회

행사를 기획한 숙명여대 학생 대표 김선(22)씨는 “시장 뒷골목이 현대화 공사를 진행하면서 한동안 문을 닫았다가 작년 12월 문을 다시 열었지만, 이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시장 근처가 썰렁했다”며 “뒷골목을 살릴 방법을 고민하다 귀여운 캐릭터를 활용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도록 행사를 기획했다”고 했다. 용문시장 마스코트인 용용이는 용 모양을 형상화한 캐릭터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숙명여대 학생들이 제작했다고 한다.

시장 상인 김석호(65)씨는 “우리 시장은 숙대 학생들 덕분에 웃음을 찾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몇 년전까지만 해도 시장을 찾는 사람의 80% 이상이 어르신이었는데, 이제는 여기저기서 젊은 사람들과 어린이들이 보인다”고 했다. 용문시장 상인회장은 “숙대 학생들의 아이디어로 용문시장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한 이후 확실히 시장을 찾는 20~30대가 많아진 걸 느낀다”고 했다. 이날 시장을 찾은 김혜민(27)씨는 “소셜미디어에서 홍보 영상을 보고 살면서 처음 용문시장을 찾았다”며 “시장은 어머니의 전유물 같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와서 보니 물가도 저렴하고 닭꼬치와 호떡 등 주전부리도 맛있어서 종종 찾아올 것 같다”고 했다. 행사 관계자는 “이날 시장에 지역 주민과 대학생들 500여명이 방문해 종일 북적였다”고 했다.

용산용문시장을 찾은 주민들이 학생들에게 행사 참여 방법을 듣고 있다. /용산용문시장 상인회

같은 날 오후 6시쯤, 서울 동작구 상도전통시장에서도 중앙대 학생들이 준비한 ‘야시장 행사’가 열렸다. 타코야키 가게를 운영하는 변정일(43)씨는 “타코야키가 맛있다”며 엄지를 내민 한 대학생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가게 앞을 지나던 한 주민은 행사를 안내하는 대학생에게 다가와 “이 동네에 살면서 처음 겪는 일이라 기념사진을 찍고 싶다”며 휴대전화를 건네기도 했다. 시장을 찾은 대학생 심태용(23)씨는 “먹을 것도 많고 축제 분위기가 나서 좋다”며 “행사가 꼭 없더라도 시장에 다시 들러서 이것저것 구경해야겠다”고 했다. 상도시장 상인회장 조규호(51)씨는 “오늘 시장을 찾은 사람이 평소의 10배는 되는데, 이 중 20대가 절반인 건 처음”이라고 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행사 이후에도 시장을 찾는 젊은 세대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용문시장에서 전집을 운영 중인 박정옥(70)씨는 “행사를 계기로 시장에 젊은이들이 더 많아지면 시장 자체가 더 젊어지고 활기차질 것 같다”고 했다. 상도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 중인 최창근(51)씨 역시 “평소에는 아무도 없던 시장에 대학생들이 보이니 활력이 느껴져 좋다”며 “대학생들이 찾는 시장이라는 이미지가 생겨 시장에 오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