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유기견 센터에서 유기견들이 관계자 품에 안겨있다. 사진은 기사와 전혀 관계 없음. /뉴스1

“개 키우기가 너무 지친다.” 12살 노견을 돌보는 견주가 ‘반려견에 대한 애정이 식어가고 돌보는 일이 힘들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견주를 비판했지만, ‘끝까지 유기하진 말아달라’며 응원하는 이들도 적잖았다.

지난 22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개를 12년 키웠고 작년부터 급격하게 늙어 가는데 나도 뒤치다꺼리 하는 데 한계가 온 듯”이라며 “9년차 정도까지는 괜찮았는데 10년차부터 슬슬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개가 너무 꼴보기 싫을 정도로 싫어진다”고 했다.

그는 “개 키우면서 이사 다닐 때마다 한 번도 내가 원하는 집 못 가고 개 받아주는 집만 겨우 찾아 들어가는 것도 이제 너무 지친다”며 “약속이라도 잡으면 마음 편히 놀기도 그렇고 여행은 꿈도 못 꾼다. 가족에게 봐달라고 하든 어디 맡기든 다 돈”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개의 노화가 진행되며 신경 쓸 일도 많아졌다고 한다. A씨는 “똥 오줌은 화장실에 가리긴 하는데 빙빙 돌면서 다 밟아서 방바닥에 찍어 놓는다. 나이 드니까 오줌 냄새도 너무 심하다”고 했다. 그는 “요즘 털이 뭉쳐서 빠지는데 한번 털면 털 덩어리와 비듬이 떨어져 있다”며 “작년부터 피부가 갑자기 안 좋아져서 여기저기 딱지가 생기고 긁어서 터지기를 반복한다”고 했다.

A씨는 반려견에 대한 애정이 떨어지는 것도 실감하고 있다. 그는 “하루종일 쫓아다니면서 쳐다보는 것도 이제 부담스럽다”며 “식탐이 엄청 심한데 예전에는 나 혼자 먹으면 안쓰럽고 미안했는데 이제 쳐다보는 눈빛만 봐도 진절머리 나고 화가 난다. 밥 먹을 땐 편하게 먹고 싶어서 문 닫아 버리는데, 문 사이에 코를 박고 냄새 맡는 것도 정이 떨어진다”고 했다.

또 “작년에 일 때문에 해외 가야 해서 지인한테 맡긴 적이 있었는데, 조금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줄 알았지만 참 못되게 해방감이 들더라”며 “전혀 보고 싶지도 않았고 오히려 한국 오면 개 다시 데려와야 한다는 생각에 숨 막혔다”고 했다.

그는 “오늘도 집에 들어왔는데 방바닥에 오줌이 묻어 있어 냄새가 말도 못 하게 난다. 너무 싫고 짜증난다”며 “전에는 냄새든 식탐이든 모두 사랑으로 감싸줄 수 있었는데 요즘엔 나도 한낱 보통 인간이구나를 느낀다”고 했다. 그는 “나도 내가 지쳐서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다”며 “혼자 살면서 개 키울까 말까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 글을 보고 다시 생각하길 바란다”고 했다.

A씨의 적나라한 표현에 일부 네티즌들은 “강아지가 불쌍하다” “미워하는 글쓴이가 나쁜 거지, 늙은 개가 무슨 잘못이냐” “나는 아직도 죽은 우리 개가 보고 싶은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다시는 개를 키우지 마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A씨의 고충에 공감하는 응원글도 뜻밖에 쇄도했다. “유기 안 한것만 해도 어디냐. 하소연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10여년동안 열심히 케어했으면 지친다고 푸념할 수 있는 건데 질타가 너무 심하다” “말은 힘들다하면서 챙기고 돌보고 있는 널 응원한다” “사람 마음에는 정답이 없는 거다. 힘들다고 솔직한 마음을 밝힘과 동시에 최선의 책임을 하고 있다는 뜻” “나도 말년까지 키워보니 마지막 5년이 진짜 힘들어. 사람 간병이랑 똑같은데 이해도 못 받는다. 그래도 끝까지 도리를 다 하면 남는 게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려인 “동물 기르기 만족하지만, ‘남에게 추천’은 글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반려가구)는 552만 가구로 나타났다. 반려동물을 위해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월평균 15만4000원 정도였다. 전체 반려동물 보유 가구의 73.4%는 최근 2년 내 반려동물 치료비를 지출한 경험이 있었는데, 평균 치료비는 78만7000언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양육에 따른 애로사항(복수 응답)으로는 여행 시 곤란(37.4%), 반려동물 건강 악화(34.4%), 배설물·털 관리(34.1%) 등이 꼽혔다. 반려동물 보유 가구의 67.3%는 동물을 기르는 데 만족했지만, 양육을 추천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서는 ‘추천하겠다’는 응답은 41.9%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