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울산 HD 감독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4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이번 시즌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뒤 차기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 후보 중 한 명으로 언급되고 있는 가운데, 홍 감독이 직접 관련 심정을 고백했다.

홍 감독은 2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2024 개막 미디어데이 본 행사에 앞서 국가대표팀 차기 감독 거론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저는 개인적으로 아는 게 전혀 없었다”며 “제 이름이 나오고 하는 건 제 의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예전 생각도 나고 그래서 한편으로는 많이 불편했다”고 했다.

이날 행사장 앞에서는 홍 감독 대표님 차출을 반대하는 울산 축구 팬들의 시위가 열렸다. 울산 HD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트럭을 대동해 “K리그는 협회의 장난감이 아닌 K리그 팬들의 것” “K리그의 희생은 반복되지 않는다” 등의 문구를 띄웠다. 처용전사는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앞에서도 “일주일 뒤 리그 개막, 자국 리그 무시하는 대한축구협회” “졸속 행정의 결말은 K리그 감독 돌려막기” “필요할 때만 소방수 홍명보, 감독은 공공재가 아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전광판 트럭을 세워뒀다.

이 같은 시위에 대해 홍 감독은 “그게 좀 힘들었던 것 같다”며 “저는 울산에서 감독을 하고 있고, 우리 리그도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인데 이런 것들이 대립하는 모습을 보니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울산 HD 팬들은 클린스만 감독 빈자리로 홍 감독이 언급되는 것 자체가 국내 리그를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반응이다. 한 팬은 언론 인터뷰에서 “저희도 이제 시즌을 시작하는데 (홍 감독을) 데려간다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로 많이 속상하고, 축구협회가 자국의 리그를 너무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6일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4강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64년만의 우승 도전에 실패한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성적뿐만 아니라, 대회 기간 중 선·후배 선수 간 물리적인 충돌을 관리하지 못하는 등 감독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축구협회는 20일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전력강화위)를 구성하고, 24일 2차 전력강화위 회의에서 내달 태국과 벌이는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경기를 임시 감독으로 치르기로 가닥을 잡았다. 앞으로 열릴 3차 회의에서 임시 감독 선임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오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