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 시설관리공단 직원이 빛이 바랜 양산종합운동장 좌석의 색을 LP가스를 이용해 원래대로 바꾸고 있다. /양산시 시설관리공단 제공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빛이 바랜 운동 경기장 관람석이 현장 직원의 아이디어로 새 것처럼 변했다. 의자 교체에 드는 비용 14억원 대신 200만원만 썼다.

26일 경남 양산시 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양산 북부동에 위치한 양산종합운동장에서는 주경기장의 관람석 원색 복원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2002년 준공된 양산종합운동장은 지역의 대규모 행사와 스포츠 경기 등을 개최하며 양산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러나 20년 넘는 세월을 거치면서 오랜 시간 외부에 노출된 관람석은 빛이 바래 흰색과 가깝게 됐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2만여 개의 좌석을 모두 교체하려면 14억원의 예산이 필요했다. 그때 한 직원이 아이디어를 냈다. 정경호 양산시 시설관리공단 대리였다. 그는 플라스틱에 열을 가하면 원래의 색이 돌아오는 원리를 적용해 보자고 제안했다. 열가소성 플라스틱에 열을 가하면 자외선 등으로 변형됐던 분자 구조가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정 대리는 이 원리를 활용해 플라스틱 의자의 색을 바꾸는 해외 영상을 보고 집에 있는 가정용 토치로 테스트를 해봤다고 한다. 자신의 예상보다 색이 더 잘 바뀐다는 걸 알게 된 정 대리는 일부 좌석에 테스트 후 7개월간 지켜본 결과 의자 변형 또한 없다는 걸 확인했다.

이후 공단 직원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LP가스를 활용한 화염방사 기법으로 직접 의자 색을 돌려놓는 작업을 했다. 덕분에 작업에 소요된 예산은 200만원으로 줄었다.

정경호 양산시 시설관리공단 대리가 LP가스를 활용해 빛이 바랜 플라스틱 의자의 색을 원래대로 돌려놓고 있다. /유튜브 ' 양산시시설관리공단'

공단은 이 모습을 담은 영상도 제작했다. 한 직원이 종합운동장에 앉아 짜장면을 먹는다. 그러다 뭔가 아쉬운 듯 “짜장면 맛이 와 이리 밍밍하노. 아저씨, 여 불맛 좀 입혀주이소”라고 말한다. 그러자 옆에 있던 정 대리는 “불맛 좀 넣어드릴게요”라고 말한 후 LP가스를 활용해 의자 색을 바꾼다. 영상은 ‘전국 최초! 종합운동장 관람석 2만석 원색 복원 중’이라는 홍보 문구로 끝맺는다.

박성관 공단 이사장은 “양산종합운동장은 경남도민체전 등 지역의 대규모 행사, 스포츠 등을 유치하는 양산의 랜드마크로서 매우 중요한 시설”이라며 “누구보다, 그 무엇보다 시민의 안전과 이용 편의를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