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 폐지안을 밝힌 지난달 22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의무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 뉴스1

지난달 정부가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법안 폐지를 선언했지만, 그 후 지금까지 이를 실천에 옮긴 지방정부는 전국에서 서울 서초구(구청장 전성수·국민의힘)와 동대문구(구청장 이필형·국민의힘) 두 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은 물론 다른 여당 소속 시장·군수·구청장조차 대부분 정부 방침에 따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어,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하는 원칙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국민들의 주말 장보기가 편해지도록”이라고 결정 취지를 설명했다.

26일 조선닷컴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제출받은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전환 현황 보고’에 따르면, 전국에서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3대 대형마트의 지점 369곳이 자리잡은 시·군·구는 138곳. 이 가운데 이날 기준, 휴일에도 대형마트가 무조건 문을 여는 지역은 39곳이다.

정부 발표 이후 추가된 곳은 ‘서초구’와 ‘동대문구’였다. 동대문구는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수요일로 옮겼다. 서초구는 작년 12월20일 당사자 간 협약을 맺고 지난달 28일 이를 시행한 것이어서, 실제 중앙정부 방침에 호응한 여당 단체장의 지방정부는 사실상 동대문구뿐이다.

야당 단체장 지방정부는 꿈쩍도 않했다. 93곳에선 아직도 매월 2회 대형마트 주말 이용이 불가능하고, 6곳은 특정일자를 휴무일로 정해, 그달 그 날짜가 주말이면 마트 이용이 불가한 상태다.

규제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시장·군수·구청장들은 대부분 “법이 바뀌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의지가 없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현행법으로도 주말 규제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것이지만, 2012년 이종걸 당시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지방정부 차원에서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치면 평일을 휴업일로 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실제로 규제를 완화한 이필형 동대문구청장도 “반발이 있었지만 이해관계자들을 계속 설득해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이 규제는 자유시장 경제에 어긋난다. 시민에게 선택의 기회를 넓혀줘야 한다는 행정의 기본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대문구와 동대문구전통시장연합회,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지난해 12월28일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청량리전통시장 상인회장 정의근 회장, 이필형 동대문구청장, 한국체인스토어협회 허영재 부회장. /동대문구 제공

조선닷컴은 대형마트 빅3 매장이 있는 시·군·구 99곳에 향후 계획을 물어봤다.

43곳은 “휴무일을 평일로 전환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 가운데 25곳 기초단체장 소속은 국민의힘이다. 18곳은 법이 개정되면 검토하겠다는 유보 의견을 냈고, 21곳은 “지역민과 소상공인, 마트 측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변경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경기 군포·광명·화성을 비롯, 경남 양산, 광주 남구, 대전 서구·유성구, 서울 강남구, 전남 광양·순천, 전북 정읍, 충남 서산 등 12곳은 “평일로 휴무일을 전환해 달라는 민원이나 요구가 없어서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강원 동해, 경남 밀양, 부산 동래, 서울 중구, 충남 천안 등 5곳은 “긍정적으로 검토해 추진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경남 밀양시도 “대통령실이나 정부 차원의 명확한 지침이 있으면 더욱 전폭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처럼 상위 지방정부에서 해결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구시는 지난해 말 산하 구청장과 군수, 전국상인연합회 대구지회,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등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추진 협약’을 체결한 뒤 일괄적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한 도지사는 “도시 지역인 광역시와 농어촌이 몰린 도는 처지가 다르다”며 “경기도를 제외한 다른 도는 소상공인 비율이 높아 규제 해제가 곤란하다”고 했다.

권성동 의원은 “대형마트의 휴무일을 평일로 바꾸는 것은 국민에게 선택권을 돌려드려 일상의 자유를 확대하는 것”이라며 “지역 특수성을 고려해야겠지만, 대형마트 주말 영업이 지역 상권 활기에 도움된다는 연구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법에서도 지방정부 결정권이 있는 사안인 만큼, 각 지방정부 수장들의 결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