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금융 사기 피해자 모임 카페의 한 회원이 받은 쪽지. /독자제공

금융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모인 한 온라인 카페에서 “사기범을 잡아 주겠다”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의뢰비 명목으로 거액을 가로챈 이들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5일 인천 강화경찰서는 사기 피해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며 온라인 카페 회원들로부터 수억원을 가로챈 30대 남성 A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투자 사기 피해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 회원들에게 접근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피해자들을 속여 의뢰비 명목으로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9월 ‘리딩방 사기’로 3000만원 가량을 잃은 박모(33)씨는 해당 카페에 피해 상황을 호소했다고 한다. 이후 박씨는 A씨로부터 “나도 사기를 당했는데 한 업체를 통해 돈을 돌려 받았다”는 내용의 쪽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박씨의 신뢰를 얻기 위해 자신의 주민등록증 사본을 보내거나, 박씨를 직접 만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A씨는 조작된 통장 내역 등을 보내며 “업체에 대신 송금을 해줄테니 내게 돈을 보내라”며 박씨에게 의뢰비 입금을 요구했다. 박씨는 한 달동안 A씨에게 100여 차례에 걸쳐 약 1억5000만원을 송금했다.

전북 정읍시에 사는 직장인 유모(36)씨도 지난달 5일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를 당했다. 9000만원 상당의 투자 사기를 당한 유씨는 해당 온라인 카페에 피해 사례를 공유하고자 자신의 피해 상황을 담은 글을 게시했다고 한다. 이후 유씨는 “나도 4600만원을 사기 당했는데 한 업체를 통해 돈을 모두 돌려받았다”며 B씨로부터 해당 업체의 텔레그램 연락처를 받았다.

유모씨와 사기 피해액 환급 업체 사장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독자제공

B씨가 소개한 업체는 텔레그램을 통해 유씨에게 “사기꾼의 주소를 찾아내 돈을 받아주겠다”며 “카드론 대출을 받아 1000만원을 보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유씨가 1000만원 송금하자 돌변한 업체 사장은 1300만원을 추가로 요구했다. 이후 유씨는 해당 업체 역시 사기임을 알아차리고 지난달 13일 B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전북 정읍경찰서는 현재 B씨를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이다.

현재 해당 사기 피해자 모임 카페 회원수는 약 17만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카페 운영자 C씨는 본지 통화에서 “12년간 사기 피해 온라인 카페를 운영하며 사기로 의심되는 회원이 적발될 때마다 강제 탈퇴 조치를 하고 있지만, 적어도 하루 한 명은 적발될 정도로 피해자들을 상대로한 사기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