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 스틸. /쇼박스

영화 ‘파묘’에서 ‘영근’(배우 유해진)의 실제 모티브가 된 장의사 유재철 씨가 장재현 감독을 만나게 된 계기부터 영화 속 화제를 모은 장면 뒷이야기 등을 직접 밝혔다. 이른바 ‘대통령 염장이’로 알려진 유 씨는 최규하,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례를 맡았다.

유 씨는 5일 공개된 스브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파묘 장재현 감독이 4~5년 전쯤 나를 꼭 만나야겠다더라”며 “배우 유해진이 맡을 역할이라길래 흔쾌히 승낙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장 감독이 나를 쫓아다니겠다더니 실제로 몇 번을 왔다. 되게 적극적이시더라. 와서 많이 배워갔다”고 했다.

유 씨는 “실제로 촬영장에 가봤는데 유해진 씨가 관뚜껑 열어서 시계, 목걸이 등 귀금속을 훔치는 연기를 하더라”며 “내가 바로 옆에서 그걸 보고 나중에 장 감독한테 ‘내가 저 양반 실제 인물이라는데, 나는 저렇게 안 한다’고 말하니까 나중에 좋게 꾸밀 거라길래 픽 웃어넘겼다”고 했다.

영화 속 파묘하는 모습을 보면, 가족과 일꾼들은 파묘 전 ‘파묘요’를 크게 외친 뒤 무덤을 파기 시작한다. 이렇게 외치는 이유에 대해 유 씨는 “산소에 할아버지든 할머니든 계시니까, 놀라지 마시라는 뜻으로 외치는 것”이라며 “상을 주관하는 가족들이 와서 ‘파묘요’를 세 번 외치면서 파고, 산소 동서남북으로 한 삽씩 떠서 떼어 놓는다. 그다음부터 우리가 들어가서 작업을 한다”고 했다.

영화 파묘에서 특히 화제가 된 건 파묘 후 풍수사 상덕(배우 최민식)이 묫자리에 이순신 장군이 새겨진 100원짜리 동전을 던지는 장면이었다.

유 씨는 ‘파묘 후 왜 동전을 던지느냐’는 질문에 “일종의 사용료”라고 답했다. 유 씨는 “묘지를 여태 잘 썼다는 의미에서 10원짜리 동전 3개를 던진다”며 “장 감독이 실제 파묘 현장에 왔을 때 제가 10원짜리 동전 3개를 던지는 걸 보셨나 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에선 100원짜리를 던지더라. 10원짜리가 흙색이랑 비슷해서 표시가 안 나서 던졌다더라”고 했다.

'파묘' 스틸. /쇼박스

영화는 ‘첩장’(한 묫자리에 관이 중첩으로 묻혀 있는 것)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내용이 극적으로 반전되기 시작한다. 유 씨에 따르면 실제로 파묘 현장에서 첩장을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통상 양반집이나 일이 잘 풀려 큰돈을 번 집 묫자리 옆에 간혹 첩장한다고 한다. 유 씨는 그 사례로 “한 3년 전쯤 10대 재벌집 의뢰를 받고 집안의 할머니 산소를 팠는데, 3~4m 파자 옆 흙이 쓰러지면서 다른 관이 딱 나오더라. 누군가 명당 기운을 받으려고 할머니 관 인근에 묻은 것”이라고 했다.

유 씨는 염을 마친 뒤 자신이 겪은 기이한 일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염을 마친 어느 날 눈 감고 자려는데 누군가 위에서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이에 아는 스님을 찾아갔더니 “야 인마, 염장이가 뭐 하는 거야. 네가 집착하니까 영이 못 떠나는 것”이라고 꾸짖었다고 한다. 당일 염을 마친 뒤 유 씨가 “아저씨 덕분에 이 전체 과정을 참 많이 배웠다. 좋은 데 가시라”는 등 자신이 염한 인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 탓에 영혼이 미련을 갖고 이승을 떠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 씨는 “이에 생각을 안 하니까 그날부터 안 떠올랐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그냥 그 순간만을 열심히 하고, 염 끝나면 딱 잊어버렸다. 이게 신조가 됐다”고 했다.

유재철씨. /스브스뉴스 유튜브

유 씨는 끝으로 30년간 장례지도를 하며 “누구나 다 죽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저도 어느 한순간에는 갈 수 있다는 걸 생각한다. 그러면 그냥 오늘이 제일 소중해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예쁘게 말하고 싶고 그렇다”고 했다.

영화 파묘는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이 한 부잣집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하는 도중 생기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영화다. 전반부에서는 전형적인 오컬트 미스터리가 펼쳐지다, 후반부에선 한반도 역사와 얽힌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공 이름을 과거 실제 독립운동가 이름으로 짓고, 주인공들의 차번호가 독립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가진 숫자로 등장하면서 일각에서는 ‘항일 오컬트 영화’라는 해석도 나왔다. 개봉 11일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