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경기 김포시청 앞 전광판에 민원에 시달리다가 지난 5일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9급 공무원 A씨를 추모하는 글귀가 적혀있다. /김포시

온라인 카페에서 신상정보가 공개된 이후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김포시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 김포시가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6일 김포시에 따르면 시는 숨진 30대 공무원 A씨의 신상정보 공개 글과 인신공격성 댓글, 게시글 등을 온라인 카페에 올린 누리꾼들을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현재 관련 증거 자료를 모으는 단계다. 김포시는 사건의 전말을 밝히기 위해 민원 전화 통화 내용을 확인하는 등 진상조사에도 착수했다.

지난달 29일 A씨의 이름과 부서, 직통 전화번호 등이 인터넷에 공개된 이후 항의성 민원 전화가 잇달아 걸려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자택 개인 컴퓨터에 ‘일이 힘들다’는 취지의 글을 다수 남긴 것으로도 알려졌다.

해당 부서는 평상시에도 많은 민원이 이어져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 관계자는 “A씨가 사망하기 전 이미 해당 부서 소속의 다른 직원도 사직서를 내는 등 매우 힘들어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시는 시청 본관 앞에 A씨의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애도기간을 갖기로 했다. 또 공무원 민원 대응 매뉴얼을 보강하고,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 재발방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불법적이고 악의적인 공격에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며 “나아가 강력한 재발방지책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포시청 공무원 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개인 신상 좌표 찍기 악성 댓글과 화풀이 민원에 생을 마감한 지금의 상황이 참담하다”며 “노조는 유족의 의견을 존중하며 법적 대응 등 유족의 결정에 따라 시와 힘을 합쳐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숨진 공무원 관련 비난 댓글. /연합뉴스

이 사건은 전날 오후 3시 40분쯤 인천시 서구의 한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김포시 9급 공무원인 A씨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알려졌다. 사건을 접수한 인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발견 당시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으며, 차 안에서는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이 확인됐다. 경찰은 “A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유족 측 실종 신고를 받고 동선을 추적하다가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지난달 29일 김포한강로 일대에서 진행된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와 관련해 극심한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항의성 민원에 시달렸다.

당시 ‘김포한강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는 게시글이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오자, 한 누리꾼은 “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이 A씨”라며 그의 이름과 부서, 직통 전화번호 등을 캡처한 이미지를 댓글에 올렸다. 이에 “(A씨가)집에서 쉬고 있다” “멱살 잡고 싶다” “미친 거 아니냐”, “정신이 나갔다” “정신 나간 공무원이네” 등의 악성 댓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A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카페 운영자는 공지글을 통해 “안타까운 소식에 저희 카페가 관련돼 있다는 점에 뭐라 말할 수 없는 죄책감과 슬픔이 밀려온다”며 “단순한 민원성 게시물로 판단해 신상 털기와 마녀사냥식 댓글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그는 또 “저와 운영진 모두 돌아가신 주무관님께 죄송한 마음”이라며 “앞으로 이런 게시물이나 댓글을 잘 살피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다만, 경찰은 민원인들의 항의와 A씨 사망 간 인과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유서는 따로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유족들도 집단민원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