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회관에서 '천원의 식샤' 캠페인에 기부한 기부자들의 이름을 새긴 아너월 제막식이 열렸다. /서울대

1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회관 1층 학생식당에서 ‘천원의 식샤 캠페인 아너월(Wall of Honor) 제막식’이 열렸다. 학생식당 한쪽 벽을 차지하게 된 아너월에는 서울대판 ‘천원의 식사’ 모금행사인 ‘천원의 식샤’에 지난해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6개월간 참여한 기부자 이름이 새겨졌다. 기부자에게 감사 의미를 전하고 학내 기부 문화 확산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로 서울대 발전재단에서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유홍림 서울대 총장을 비롯한 학내 보직교수들과 기부자 33명이 참여한 채 진행됐다.

이날 공개된 ‘아너월’에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동안 ‘천원의 식샤’ 모금행사에 참여한 기부자들 중 영수증을 떼 신원이 확인된 417명의 이름이 새겨졌다. 행사에 참여한 기부자들은 ‘아너월’에 적힌 본인 이름을 찾아 촬영하기도 했다. 학생 기부자로 행사에 참여한 서울대 의학과 2학년 재학생 황서영(22)씨도 ‘아너월’에 적힌 본인 이름과 함께 셀카를 찍고 있었다. 황씨는 “발전재단 측에서 보내온 홍보 이메일을 통해 ‘천원의 식샤’ 모금사업 처음 알게 됐는데,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해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발전재단 이메일 화면 캡쳐본을 올리는 등 동기들에게도 기부 참여를 독려했다”며 “제막식 행사에 와서 ‘아너월’을 보니 동기들 이름을 여럿 발견해 반갑고 뿌듯한 마음”이라고 했다.

기부 참여자로 행사에 온 이경희(68)씨도 “소소하게 기부했는데 이렇게 제막식 행사에 초청받아 깜짝 놀랐다”며 “이런 모금사업이 있으니 기부하고 싶다고 생각만 했던 사람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어 기부의 문턱이 낮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이번에 아들이 서울대 대학원에 입학했는데, 아들도 이곳에서 천원의 식사를 이용한다고 생각하니 더욱 기부할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천원의 식샤’ 최연장 기부자인 김인수(90)씨와 최연소 기부자인 홍유준(8)군이 초청을 받고 참여해 화제가 됐다. 서울대 교육학과 53학번인 김씨는 동창회보에 소개된 ‘천원의 식샤’ 모금 사업을 보고 기부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1000원 기부 이걸 누가 못하나’ 생각했고 지난달 29일 학교를 찾아 발전재단 측에 5만원을 전달했다”고 했다. 김씨는 “한 달에 1000원씩, 4년치 기부를 계획했다. 4년이 지나서도 살아있다면, 죽을때까지 기부하겠다고 발전재단 측에 말했다”며 환히 웃었다.

홍군은 어머니 송민정(40)씨가 발전재단 ‘천원의 식샤’ 모금사업 홈페이지 보고 있을 때 호기심을 보여 같이 기부해보겠냐는 어머니 권유로 2달동안 용돈을 모아 5만원을 기부했다고 한다. 홍군은 “기부해보니 재미있어서 또 해보고 싶다”며 “대학생 형, 누나들이 밥을 잘 먹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동석한 모친 송씨는 “‘천원의 식샤’는 낸 기부금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식사라는 형태로 잘 보이는 점이 좋다”며 “직접 와서 학생들 식사하는 것을 보니 기부금이 잘 쓰이고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천원의 식사’는 2015년 6월부터 학교가 식비 일부를 지원해 1000원에 식사를 할 수 있게 한 사업으로, 작년 9월부터는 서울대 발전재단에서 모금 사업 ‘천원의 식샤’를 시작했다. 지난 8일 기준 총 751건이 약정돼 3억9800만원의 기부금이 모였다고 한다. 이준환 발전재단 상임이사는 “학생들 본인이 수혜자임에도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유홍림 총장은 “대학생 생활비에서 식사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50%에 달한다고 한다”며 “서울대에서는 ‘천원의 식사’ 지원을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이어 “학생식당에서 식사하는 학생들이 오가며 ‘아너월’을 보면서 기부자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고 사회에 나가 더 큰 공헌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1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회관에서 '천원의 식샤' 캠페인에 기부한 기부자들의 이름을 새긴 아너월 제막식이 열렸다. 정오 무렵 학생식당을 방문한 학생들이 제막식 홍보 배너를 바라보고 있다. / 김보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