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노트]는 부장검사 출신 김우석 변호사가 핫이슈 사건을 법률적으로 풀어주고, 수사와 재판 실무에 대해서도 알려드리는 코너입니다. 이가영 기자가 정리합니다.

축구선수 황의조(32). /뉴시스

지난 14일 축구선수 황의조(32)의 성관계 촬영물을 유포하고 그를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형수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황씨 형수는 당초 혐의를 극렬하게 부인하다가, 갑자기 돌변해 반성문을 제출하면서 자백했다. 판결 선고 1일 전에는 피해 여성 A씨를 위해서라며 2000만원을 기습적으로 공탁했다.

A씨는 불법 촬영이 아니라는 황씨의 주장에 분노하고, 불법 촬영물이 더 있을까 두려워하며 두 사람의 엄벌을 원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황씨와 형수, A씨는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치열하게 수싸움을 하는 듯하다. 황씨와 형수의 수사·재판 전략이 보이고, 이에 대한 A씨의 견제가 느껴진다. 형사 재판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수싸움의 현장을 살펴보자.

◇형사 공탁, 왜 할까?

Q. 황씨의 형수는 2000만원을 ‘형사 공탁’했고, 피해 여성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형사 공탁이 뭔가요?

A. 피해자가 있는 범죄에서는 피해자의 용서(합의)와 피해 회복 여부가 집행유예, 감형 등 선처 여부를 좌우합니다. 합의한다면, 합의금(피해 보상금)을 지급함이 통상입니다.

그런데 합의에 실패하면, 피해자를 수령권자로 지정해 피해 보상금을 법원에 맡기곤 합니다. 이것이 형사 공탁입니다. 피해 회복 조치라도 했으니 이를 참작해 선처해달라는 거죠.

◇피해자 몰래 ‘기습 공탁’…이에 담긴 소송 전략은?

Q. 하필이면 ‘판결 선고 하루 전’에 공탁하는 이유는 뭔가요?

A. 판결 선고 1일 전에 공탁하면, ▲가해자는 법원에 피해 회복을 주장할 수 있지만 ▲피해자는 반박할 기회를 잃게 됩니다. 공탁 사실을 인지해 반박 입장문을 쓸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까요.

감형을 위한 대표적 꼼수 전략이고, 실무상 ‘기습 공탁’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기습 공탁의 경우, 피해자에게 이를 알려서 법원에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판결 선고를 연기하거나 변론을 재개함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검찰에서는 이런 형태의 실무 운영을 강조하고 있고, 법원도 호응하고 있습니다.

피해 여성도 ‘기습 공탁’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는지, 즉각 반발하면서 엄벌을 요구했습니다. 이 사건 재판부도 “진지한 반성이 없다”며 황씨 형수를 질타했습니다.

축구선수 황의조의 '불법 촬영' 혐의 사건의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가 지난해 11월 23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황의조 측이 배포한 입장문에 대해 메신저 대화 등을 공개하며 반박하고 있다. /뉴스1

◇정신적 피해를 돈으로 보상…무조건 선처?

Q. 피해 여성은 심지어 2000만원의 공탁금을 안 받겠다고 했습니다. 공탁금을 안 받을 수도 있나요?

A. 가해자가 형사 공탁을 했다고 해서 피해자가 이를 수용할 의무는 없습니다. 실제로, 형사 공탁금을 수령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돈 필요 없으니 가해자를 엄벌해달라’는 것이고, 피해 여성도 이런 입장입니다.

만약, 사기 등 재산 범죄였다면, 형사 공탁금만큼 피해가 회복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보관·유포한 범죄에서는 형사 공탁만으로 피해가 보상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정신적 피해의 문제니까, 금전 보상만으로는 부족한 거지요.

이런 경우 ▲가해자의 진지한 반성과 사죄 ▲피해자의 용서가 없다면, 공탁을 이유로 선처하지 않는 것이 실무입니다.

◇극구 혐의 부인하다 갑자기 반성? 이것도 꼼수?

Q. 황씨 형수는 휴대전화 초기화 등 증거를 인멸했고, 해킹당했다고 주장하다가 갑자기 자백했습니다. 자백한 이유는 뭘까요?

A. 자백하고 반성하면, 부인할 때보다 형량을 낮춰주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모든 증거가 드러나 부인해도 소용이 없는 상황이 된 후에야 자백한다면, 형량을 낮춰주지 않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이 사건 재판부가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은 이런 취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뒤늦은 자백이라도 형량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소송 전략상 피의자가 뒤늦은 자백을 하곤 합니다. 이럴 때, 피해자는 ‘꼼수’라며 반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건 피해 여성도 형수의 반성문에 분노하며 엄벌을 요구했습니다.

◇”다 내 잘못”이라는 형수, 황의조 구하기?

Q. 황씨 형수의 반성문에 대해, 피해 여성은 ‘황의조 구하기’일 뿐 반성이 아니라고 반발합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A. 황씨는 피해 여성의 동의하에 촬영된 영상이라며 범행을 부인합니다. 그런데, 형수 반성문에 “피해 여성이 카메라를 바라봤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카메라를 의식했으니 촬영 사실을 알았다는 것으로, 황씨의 주장에 부합하는 거죠.

이는 실무에서 ‘몰래카메라 여부’를 다툴 때 흔하게 나오는 주장입니다. 이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 여성은 “악마의 편집을 통해 촬영을 거부하는 모습이 삭제되었다”고 주장합니다. 피해 여성에게 불리하고, 황씨에게 유리하게 편집된 영상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피해 여성으로서는 분통 터질 일입니다.

나아가 형수 반성문에 “황의조는 불법 촬영이나 하는 파렴치한 사람이 아니고, 모두 제 잘못”이라는 내용이 있다고 합니다. 황씨의 불법 촬영이 사실이라면, 피해 여성으로서는 기가 막힐 것입니다. 형수가 희생해서 황씨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니까요.

황씨의 불법 촬영 여부는 수사를 통해 향후 규명될 것입니다. 당사자의 주장이나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정확한 진실이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피해자의 아픈 상처는 반드시 살펴주되, 누구도 억울함을 겪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여 진상이 규명되기를 기대합니다.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대표 변호사. /조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