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원 사육사와 푸바오. /뉴스1

국내 최초 자연 번식으로 태어난 아기 판다 ‘푸바오’가 새로운 생을 시작하기 위해 중국으로 떠났다.

3일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운영하는 에버랜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0분 판다월드를 나선 푸바오는 11시쯤 에버랜드를 떠나 인천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은 후 전세기를 타고 중국으로 출발했다.

에버랜드는 ‘푸바오 할부지’로 익히 알려진 강철원 사육사가 푸바오에게 보내는 이별 편지를 공개했다. 강씨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전해주던 우리 푸바오가 먼 여행을 떠나야 하는 날이 오고야 말았구나”라며 아쉬워 했다.

그는 “푸바오, 할부지는 네가 떠나도 루이, 후이바오와 즐겁게 밝은 모습으로 놀아줄 거야”라며 “동생들의 모습에서 늘 너를 찾아보고 떠올릴 수 있으니까”라고 했다. 이어 “너를 사랑해주시던 이모, 삼촌들에게 활짝 웃으며 인사하고 항상 반겨드릴 것”이라고 했다. 푸바오와의 추억을 가진 이들과 이야기하면서 푸바오를 떠올리기 위해서였다. 강씨는 “그것이 할부지가 푸바오를 영원히 기억하고 곁에 둘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강씨는 또 “이제 푸바오는 어른 판다로써 손색이 없을 정도로 모든 과정을 다 해냈다”며 “할부지를 떠나기 전 모든 과정을 이루어낸 푸바오가 할부지는 대견스럽다”고 했다.

그는 “네가 새로운 터전에 도착할 때까지 할부지가 곁에 있어주겠다”며 “넌 어느곳에서나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이어 “엄마와 아빠, 동생들도 잘 돌볼테니 너도 새로운 곳에서 잘 적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씨는 “너는 10년이 지나도 100년이 지나도 할부지의 영원한 아기판다”라며 “할부지에게 와줘서 고맙고 감사하구나. 사랑해”라고 글을 마쳤다.

송영관 사육사와 푸바오. /주토피아 카페

푸바오의 ‘작은 할부지’ 송영관 사육사는 푸바오 팬들에게 편지를 썼다. 송씨는 “우리는 기쁘게 만났고 소중한 추억을 쌓았고, 슬픈 이별을 하고 있다”며 “그래서 참 다행이고, 참 행복하다”고 했다.

송씨는 “그동안 푸바오와 1354일 간의 행복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여러분의 많은 사랑 덕분에 푸바오가 잘 성장했고, 그 기억으로 행복한 판다의 삶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오늘은 그 이야기의 피날레를 맞이하는 날이기도 하면서, 푸바오의 다음 이야기를 시작하는 날이기도 하다”고 했다.

송씨는 “푸바오도, 우리도 함께 성장했고 더 나은 한 발을 내딛는 다음이라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고, 꼭 그래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다”며 “우리는 모두 ‘행복을 주는 보물’이었다. 그동안 푸바오를 사랑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3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직원이 중국으로 떠나는 푸바오를 싣고 있는 무진동 특수 차량을 보며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

푸바오는 이날 특수 무진동차량에 탑승해 에버랜드 장미원 분수대 앞에서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현장에 참석한 팬들은 “코로나로 힘들던 시절 푸바오가 큰 위로를 줬는데 떠난다고 하니 많이 슬프다” “내 자식을 떠나보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지만 푸바오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했다.

푸바오는 2016년에 입국한 아이바오와 러바오 사이에서 자연번식으로 태어난 국내 출생 1호 판다다. 2020년 7월 20일 아이바오가 진통을 시작한지 1시간 30분만인 밤 9시 49분, 몸길이 16.5cm, 몸무게 197g의 푸바오가 태어났다.

강철원, 송영관 사육사는 24시간 아기 푸바오의 상태를 세심하게 관리하며 건강하게 키워냈다. 태어난지 1년 반에서 2년이 지나면 엄마에게서 독립하는 판다 특성상 푸바오는 2022년 9월 아이바오로부터 독립해 생활해 왔다.

에버랜드의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 /삼성물산

코로나 시기 태어난 푸바오는 SNS를 통해 등장한 깜짝 스타였다. 많은 시민들이 푸바오의 성장 모습을 SNS로 지켜보며 랜선 이모, 삼촌을 자처하게 됐다. 특정 동물을 향한 팬덤이 생긴 것은 이례적인 일로 올해 2월 용인특례시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기도 했다.

에버랜드는 판다월드 출발부터 중국 선수핑 기지 도착까지 모든 과정에 강철원 사육사가 동행해 푸바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고, 지난해말 맺은 중국 CCTV와의 협약을 통해 푸바오의 중국내 생활 모습을 팬들에게 지속적으로 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