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가수 김호중(33)씨의 ‘음주 뺑소니’ 혐의를 조사 중인 경찰은 소속사·변호사 등이 동원된 조직적 범행 은폐 시도가 있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6일 소속사 대표 등을 범죄 은닉 교사 혐의로 추가 입건하고 김씨와 소속사 대표의 자택·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했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도로에서 김씨에게 뺑소니를 당한 택시 기사는 전치 2주를 진단받았다.

김씨 소속사 대표는 16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내가 매니저에게 김씨 대신 경찰에 출석해달라고 요청했다”며 “현장에 먼저 도착한 다른 매니저가 본인의 판단으로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먼저 제거했고, 또 다른 매니저에게는 김씨의 옷으로 바꿔 입고 대신 일 처리를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소속사 차원의 증거 인멸, 범인 도피 교사 등이 있었음을 시인한 것이다. 경찰은 사고 직후 김씨가 자신의 매니저에게 ‘나 대신 경찰에 출석해달라’는 의사를 표명한 정황을 수사 중이었는데, 소속사 측이 다시 ‘교사 주범 바꿔치기’를 시도했는지 여부도 조사 중이다.

소속사 대표는 이날 김씨의 음주 운전 혐의에 대해 “유흥주점에 간 것은 맞지만 음주는 절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가 유흥주점에서 나와 대리 기사가 운전하는 차량으로 귀가했다가 다시 집에서 나와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정황 역시 수사 중이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씨는 “술잔에 입을 댔지만 마시진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씨가 사고 직후 전화 통화에서 음주 운전 사실을 밝혔다는 정황이 있는지도 경찰은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 구제’ 전문 변호사 등의 불법적 조언을 받아 말 맞추기를 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핵심 증거 인멸, 범인 도피 교사 등 혐의를 김씨가 벗어날 수 있도록 소속사 입장문 등의 논리가 정교하게 짜여 있다는 것이다. 사고 직후 김씨가 뺑소니를 친 이유가 음주가 아닌 ‘공황’ 때문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경찰 관계자는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하기 위한 병력(病歷) 제시 같다”고 했다. 공황 때문에 사건 처리를 못 했다는 김씨가 사고 직후 여유 있는 태도로 전화 통화를 하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 같은 말 바꾸기가 이어지자 경찰은 뺑소니 은폐 시도 배후에 있을 수 있는 변호사 등 조력자도 방조범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변호인이 진범을 은폐하는 허위 진술을 한 피고인에게 적극적으로 허위 진술을 유지하도록 했다면 범인도피방조죄가 성립할 수 있다. 현행 변호사법 역시 진실을 은폐하는 거짓 진술을 불법으로 규정한다. ‘범인 바꿔치기’를 조력한 변호인이 실제 처벌받은 사례도 있다.

하지만 김씨가 현장에서 도주한 뒤 17시간 만에 경찰에 출석, 음주 측정에서 ‘음성’이 나온 만큼 음주 운전 혐의를 입증하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0년 이상 교통사고를 전담해온 한 유명 변호사는 “경찰이 유흥주점에서 김씨가 술을 마시는 영상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김씨가 ‘술을 입에만 머금고 있다가 다시 뱉었다’는 식으로 진술한다면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고 했다.

김씨의 일부 팬들과 일반 시민들은 소속사 대표가 ‘내가 다 지시한 일’이라며 “김씨를 과잉 보호하려다 생긴 일”이라고 변명한 데 대해 “한 사람에게 책임을 몰아주는 조폭 영화를 보는 기분” “소속사가 하는 짓이 범죄 단체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