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달부터 7차례에 걸쳐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에서 판매하는 어린이 제품 93개의 안전성을 검사한 결과, 40개(43%)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제품 10개 중 4개 이상에서 유해 물질 등이 발견돼 사용하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28일 이 같은 내용의 중국 해외 직구 안전성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8일 ‘해외 온라인 플랫폼 소비자 안전 확보 대책’을 발표한 이후 매주 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그래픽=양진경

7차례 검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유해 물질 중에서 어린이의 성장을 방해하는 프탈레이트계 첨가제가 25건으로 가장 많이 검출됐다. 프탈레이트계 첨가제는 7차례 검사에서 모두 검출됐다. 쉬인에서 판매한 어린이 신발 밑창에서는 국내 기준치의 428배에 달하는 프탈레이트계 첨가제가 검출됐다. 알리의 어린이 머리띠에서도 기준치의 270배에 달하는 프탈레이트계 첨가제가 나왔다. 프탈레이트계 첨가제는 플라스틱 가공을 쉽게 하기 위해 넣는 물질이다. 이빛나리 KATRI시험연구원 주임연구원은 “국내 업체들은 안전 기준을 맞추기 위해 프탈레이트계 첨가제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다른 첨가제를 사용하는데 중국 업체들은 제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많이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납이나 니켈 등 중금속은 총 15개 제품에서 발견됐다. 쉬인에서 판매한 어린이 시계에서는 기준치의 278배가 넘는 납이 나왔다.

알리에서 판매된 점토와 테무의 슬라임 장난감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도 검출됐다. 이 성분은 호흡기를 자극하고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어린이 제품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는데 검출된 것”이라고 했다. 슬라임은 말랑말랑해서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장난감이다. 아이들 사이에서 ‘액체 괴물’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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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관계자는 “유해 물질만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일부 제품은 내구성 등에도 문제가 있어 아이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알리에서 판매된 자동차 장난감은 금속 가공 처리가 부실해 어린이가 갖고 놀다가 손이 베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기 치발기 제품은 부러지기 쉬워 아기가 삼키면 질식할 우려가 있었다.

서울시는 앞으로 중국 해외 직구 제품에 대한 검사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내 전문 시험 기관 3곳과 정식으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인력 10명을 투입해 검사 규모도 확대할 계획이다. 김경미 서울시 공정경제담당관은 “다음 달에는 플라스틱 그릇, 텀블러, 냄비 등 식품 용기와 유아용 의류 제품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가 매주 안전 시험 결과를 발표하는 것과 달리 정부 차원의 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16일 “국민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린이 제품 등 80개 품목은 KC(국가통합인증마크) 인증을 받지 않으면 6월부터 직구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소비자들의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3일 만에 철회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외 직구를 한 번에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소비자 반발만 부를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안전 검사를 실시해 유해 물질이 나온 제품부터 건건이 수입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 소비자단체가 유기적으로 협업해 안전성 시험을 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 소비자가 알게 해야 한다”며 “쉽게 피해 신고를 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잇따른 유해 물질 검출 소식에 소비자 불안은 커지고 있다. 국내 한 ‘맘 카페’에는 “싸다고 해서 아이 옷과 학용품을 많이 샀는데 싹 다 버렸다” “아기가 장난감을 입에 물고 놀았는데 걱정돼 잠이 안 온다” “유해 물질 범벅이라 아기 용품은 절대 안 산다” 등 글이 올라왔다. 아기 옷 직구 카페에는 “직구로 산 옷을 입고 나서 아이 피부가 뒤집어졌다”는 글도 적지 않았다.

알리와 테무 측은 “안전한 플랫폼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된 제품은 판매 목록에서 빼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