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서 오규식 사이버범죄수사2대장이 경복궁 담장 낙서훼손 사건 중간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스프레이를 이용해 불법 영상공유 사이트를 홍보하는 문구를 새겨 경복궁 담장을 훼손한 10대들과 이를 사주한 총책 등 일당이 31일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이날 오전 중간수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작년 12월 경복궁을 포함한 도심 담벼락 3곳에 자신이 운영하는 불법 영상공유 사이트를 홍보하는 문구를 낙서하도록 지시한 총책 강모(30)씨를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강씨의 지시를 받고 낙서를 시행한 B(17)씨·C(16)씨와 중간에서 범행 대금을 전달한 조모(19)씨도 함께 송치됐다. 현재까지 관련자 8명이 검거됐다.

경찰에 따르면 총책 강씨는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불법 영상공유 사이트를 홍보할 목적으로 서울 도심에 있는 문화재에 낙서할 행위자를 모집했다. 모집글을 본 B씨는 착수금 500만원을 약속받고 공범 조씨로부터 범행 도구 구매비 및 교통비 명목으로 10만원을 송금 받았다. 이후 지인 C씨와 함께 경복궁 영추문, 국립고궁박물관, 서울경찰청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영화 공짜’ 등 문구를 낙서했다. 이 과정에서 강씨는 고급 승용차를 타고 이들 몰래 범행 현장을 지켜보며 구체적으로 범행을 지시·감독하기도 했다.

작년 12월 16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에 스프레이로 낙서 중인 피의자 뒤로 총책 강모씨가 고급 승용차를 타고 범행 현장을 지나쳐 가는 모습. 강씨는 이들 몰래 현장을 지켜보며 구체적인 범행을 지시했다. /서울경찰청

강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불법 영상공유 사이트를 홍보할 목적으로 이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문화재 등 눈에 잘 띄는 장소에 홍보 문구를 낙서하고, 행인들이 이를 사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면 불법 사이트 유입량이 늘어 광고비 수익이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강씨는 낙서를 실행한 B씨에게 “언론에 익명 제보를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에서 강씨가 또다른 미성년자와 범행을 모의한 정황도 드러났다. 작년 12월 14일 이들은 광화문 세종대왕상, 숭례문,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를 모의했지만, 경찰과 행인이 너무 많아 범행을 포기했다고 한다. 경찰은 범죄 예비·모의 혐의를 받는 공범에 대한 조사는 마치는 대로 추가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방향 경복궁 서쪽 담벼락에 붉은색과 푸른색 스프레이로 낙서가 적혀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강씨와 함께 불법 사이트를 운영한 공범 3명도 검거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작년 10월부터 불법 영상공유 사이트 8개를 운영하면서 영화 등 영상 저작물 2368개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3개, 불법촬영물 9개 및 음란물 930개를 배포해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공범들은 이 과정에서 불법 사이트 운영을 방조하거나 수익금을 가상자산으로 환전하는 등 사이트 운영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강씨는 범행이 알려진 이후 지난 5개월간 거주지를 옮기며 도주하던 끝에 지난 25일 전남 여수시에서 체포됐다. 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던 그는 지난 28일 경찰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 도주했다가 2시간만에 잡히기도 했다. 그는 경찰이 제시한 증거에 범행을 부인할 수 없게되자 도주를 결심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불법 사이트를 홍보하기 위해 한 번 훼손되면 복원이 어려운 문화재를 훼손한 전례 없는 범죄”라면서 “총책 강씨에 대한 공범과 여죄 여부, 범죄수익 등에 대한 추가 수사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