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 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진 훈련병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육군 12사단에서 해당 훈련병 앞 기수의 수료식이 평소처럼 진행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군기 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진 훈련병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육군 12사단에서 해당 훈련병 앞 기수의 수료식이 평소처럼 진행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3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군기 훈련 중 훈련병 사망한 12사단 수료식 근황’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국군 소통 서비스 ‘더캠프’ 자유토크 게시판에 올라온 한 게시글을 공유한 글이었다. ‘12사단 24-8기’ 수료식에 다녀왔다는 글쓴이는 “순직 훈련병(24-9기) 바로 앞 기수인 아들(24-8기) 수료식에 다녀왔다”며 “전혀 애도의 분위기는 없고 연병장 정면 동상 앞에 아무런 안내 문구도 없이 테이블이 하나 있었다”고 했다.

글쓴이 부부는 순직한 훈련병의 영면을 기원하며 미리 준비해 간 국화꽃 한 송이씩 헌화하고 아들 수료식 행사에 참석했다고 한다. 그는 “수료식이 끝날 때까지 국화꽃은 세송이가 전부였다. 야속하게”라고 했다. 글쓴이는 테이블에 놓인 국화꽃 세송이의 사진도 찍어 올렸다.

글쓴이는 수료식 장면을 떠올리며 “순직한 후배 기수 훈련병이 며칠 전에 쓰러진 그 연병장으로 수료식 훈련병들이 씩씩한 군가를 부르며 입장하는 데 참석 가족들은 환호하고 박수 쳤다”며 “물론 저도 그랬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아들이 늠름해서였기도 하지만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어른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료식 행사 내내 누구의 입에서도 순직 훈련병에 대한 애도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저는 수료식 끝난 후 아들에게 다짐을 받았다”며 “절대 나서지 말고, 아프고 힘들면 그냥 누워버리라고. 부당한 지시는 고발하라고. 이것이 아빠가 아들에게 명령하는 군복무 신조”라고 했다.

30일 오전 전남 나주시 한 장례식장 야외 공간에서 얼차려 중 쓰러졌다가 이틀만에 숨진 훈련병에 대한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숨진 훈련병의 영결식은 30일 오전 고향인 전남 나주 한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부대장으로 치러진 영결식에는 조우제 육군 12사단장을 비롯한 군 관계자와 유가족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영결식장에는 고인의 영정사진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조화, 육군참모총장이 수여한 ‘육군 헌신상’이 놓였다.

조 사단장은 추도사에서 “사랑하는 아들을 눈물로 보낼 수밖에 없는 가족과 행복한 추억을 간직한 친구들에게 전 장병의 마음을 모아 깊이 애도한다”며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충실하게 최선을 다해 훈련에 임했던 명예로운 군인이었다”고 했다. 순직 군인에 대한 예우로 3발의 총성이 울리고 관이 운구차에 실리는 동안 유가족은 관을 붙잡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오열했다. 고인은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돼 영면한다.

고인은 지난 23일 오후 5시 20분쯤 신병교육대에서 군기 훈련을 받던 중 쓰러져 민간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다가 이틀 만인 25일 오후 숨졌다. 숨진 훈련병은 당시 중대장 지시에 따라 완전군장 상태로 구보·팔굽혀펴기·선착순 달리기 등을 반복하다가 40분 만에 쓰러졌다. 군기훈련 규정에 따르면 완전군장 상태에서는 걷기만 시키게 돼 있다. 군 수사 당국은 해당 부대 중대장(대위)과 부중대장(중위)에게 과실치사 혐의 등을 적용해 민간 경찰로 사건을 이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