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일 저녁부터 날려 보낸 오물 풍선으로 전국에 피해 신고가 속출했다. 2일 오전 10시 22분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빌라에 주차된 차량이 북한 오물 풍선 낙하로 앞 유리창이 부서져 있다. /뉴스1

북한이 지난달 28~29일에 이어 지난 1~2일에도 이른바 ‘오물 풍선’을 무더기로 살포했다. 2일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주말인 1~2일 이틀간 담배꽁초, 폐종이 등이 든 오물 풍선 720여 개를 전국에 날려 보냈다. 지난달 28~29일 1차(260여 개) 때보다 460여 개 많은 숫자다.

북한이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살포한 오물 풍선은 총 1000개에 달한다. 과거 1년 치 대남(對南) 풍선 살포량(2017년 약 1000개)에 맞먹는 양을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쏟아낸 것이다.

2차 때는 1차 때와 달리 재산 피해도 속출했다. 일부 오물을 담은 봉지가 공중에서 터지지 않고 그대로 낙하해 차량 등을 때렸다. 다행히 접수된 인명 피해는 없었다.

2일 오전 8시 30분쯤 경기 부천시 오정구 대장동에서는 오물 풍선 1개가 주차된 트럭의 운전석 앞바퀴 근처에 떨어진 뒤 폭발했다. 이 바람에 운전석 문과 타이어에 검은 그을음이 생겼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오물이 실린 봉투에 화약 같은 인화 물질이 들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경찰 관계자는 “풍선에는 공중에서 오물이 든 봉투를 터뜨리기 위한 폭발 타이머가 장착돼 있다”며 “이 타이머가 바닥에 떨어진 뒤 뒤늦게 폭발해 트럭 바퀴를 그을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행히 불로 번지지는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앞서 이날 오전 5시 40분쯤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는 주차된 쏘렌토 차량 위로 오물 풍선이 떨어져 조수석 앞 유리가 파손됐다. 이어 오전 10시 22분쯤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도 북한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이 떨어져 승용차 앞 유리창이 깨졌다. 당시 차량에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고 지나가는 행인도 없어 다친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물을 담은 봉투는 보통 무게가 5㎏ 이상이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물 풍선이 인천국제공항에 떨어지면서 항공기 운항이 지연되기도 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물 풍선이 활주로 주변 등에 떨어져 항공기 이착륙이 3차례 일시 중단됐다. 공사는 오물 풍선을 수거한 뒤 항공기 운항을 재개했다.

경기 안양시 만안구의 한 시장과 경북 포항 화진해수욕장 인근 모래밭에도 오물 풍선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떨어졌다. 경찰은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했다.

이번 오물 풍선은 경북 안동과 예천에서도 발견됐다. 이날 오전 경북 예천군의 한 골프장에 오물 풍선이 떨어진 데 이어 안동시 예안면의 밭에서도 오물 풍선이 발견됐다.

서울에서는 북한이 2차 풍선 살포에 나선 1일 오후 9시쯤부터 이날 오후 10시까지 총 106곳에서 오물 풍선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동대문구 한국외대 캠퍼스에도 오물 풍선이 날아와 터졌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이날 수도방위사령부, 서울경찰청 등과 함께 ‘24시간 초동 대응반’을 꾸려 운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에는 서울 전역에서 오물 풍선이 발견됐다”며 “시민 피해 상황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