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부모에게 의존하며 사는 ‘캥거루족’이 30대 초중반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5일 한국고용정보원은 서울 관악구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2024 고용패널조사 학술대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황광훈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청년패널 자료를 활용해 2030 청년층 캥거루족의 연도별 현황과 특징을 분석했다. 캥거루족이란 만 25세를 기준으로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취업 여부와 무관하게 부모에게 의존해 사는 세대를 말한다.
분석 결과 20대 후반보다 30대 초중반에서 캥거루족이 더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34세 캥거루족 비중은 2012년 62.8%에서 2018년 68%까지 늘었다가 2020년 66%로 소폭 낮아졌다. 30세를 기준으로 나눠보면 25~29세 캥거루족은 2012년 81.8%에서 2020년 79%로 감소한 반면, 30~34세에선 2012년 45.9%에서 2020년 53.1%로 늘어났다.
한국고용정보원은 “향후에도 30대 연령에서 캥거루족이 지속해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취업 여부별로는 취업자보다 미취업자의 캥거루족 비중이 급속히 증가했다. 취업자 내에서는 고용 지위가 불안정한 청년의 캥거루족 비중이 가장 높았고,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고임금 청년층일수록 캥거루족 비율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남성, 미혼, 수도권 지역 거주,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는 경우, 미취업 청년층 등이 캥거루족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 여성, 고학력층, 기혼, 비수도권 지역 거주,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고, 취업한 청년층의 경우 캥거루족에서 탈출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캥거루족 증가는 사회 구성원 개인의 정신·신체적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만혼이나 비혼주의와 맞물릴 수 있다”며 “또 경제적 기반 약화로 청년 니트족(NEET·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 등 사회 취약 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고 부모 세대의 노후 설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 부연구위원은 “청년 일자리 문제 개선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에서 자신의 소득을 관리하며 경제적 독립이 가능한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