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훈련병과 어머니. /군 인권센터

지난달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이틀 만에 사망한 육군 훈련병의 어머니가 19일 군인권센터를 통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편지를 공개했다. 이날은 숨진 훈련병의 수료식이 예정돼 있던 날이다.

훈련병의 어머니 A씨는 “12사단 입대하던 날 생애 최초로 선 연병장에서 엄마, 아빠를 향해서 ‘충성’하고 경례를 외칠 때가 기억난다. 마지막 인사하러 연병장으로 내려간 엄마, 아빠를 안아주면서 ‘걱정마시고 잘 내려가시라’던 아들의 얼굴이 선하다”며 “오히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등을 다독이던 우리 아들. 이제는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고 했다.

A씨는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하게 훈련 시켜 수료식 날 보여드리겠다’던 대대장님의 말을 기억한다”며 “우리 아들의 안전은 지켜주지 못했는데 어떻게, 무엇으로 책임지실 것인가? 아들 장례식에 오셔서 말씀하셨듯 ‘나는 그날(5월 23일, 아들이 쓰러진 날) 부대에 없었습니다’라고 핑계를 대실 것인가?”라고 했다.

A씨는 “군이 사랑스러운 우리 아들에게 씌운 프레임은 ‘떠들다가 얼차려 받았다’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료와 나눈 말은 ‘조교를 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겠네’ 같은 말이었다고 한다”며 “자대배치를 염두에 두고 몇 마디 한 것뿐일 텐데 그게 그렇게 죽을죄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군장을 아직 다 보급받지도 않아서 내용물도 없는 상황에서 책과 생필품을 넣어서 26킬로 이상 완전군장을 만들고, 완전군장 상태에서 총을 땅에 안 닿게 손등에 올리고 팔굽혀펴기를 시키고, 총을 땅에 떨어뜨리면 다시 시키고, 잔악한 선착순 달리기를 시키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구보를 뛰게 하다가 아들을 쓰러뜨린 중대장과 우리 아들 중 누가 규칙을 더 많이 어겼나?”라고 했다.

A씨는 “담당 의사선생님이 ‘2~3일 뒤에는 포기하실 때가 옵니다’라는 말을 했을 때, 억장이 무너지는 마음으로 아들에게 했던 말이 있다”며 “’아들아, 아빠 엄마가 응급헬기를 띄울 힘 있는 부모가 아니어서 너를 죽인다’ 지금도 그 비통함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까”라고 했다.

A씨는 “오늘은 12사단 신병대대 수료식 날인데, 수료생 251명 중에 우리 아들만 없다”며 “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국가의 부름에 입대하자마자 상관의 명령이라고 죽기로 복종하다 죽임당한 우리 햇병아리, 대한의 아들이 보고 싶다”고 했다.

육군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진 훈련병 1명이 치료 중 이틀 만인 지난달 25일 숨졌다.

사망한 훈련병은 간부 지시에 따라 완전군장한 상태로 연병장을 구보(달리기)로 돌았고 완전군장 차림으로 팔굽혀펴기도 했다고 한다. 군기훈련 규정에 따르면 완전군장 상태에서는 걷기만 시키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