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역광장에 마련된 훈련병의 시민 추모 분향소에서 고인의 부모가 추모를 마친 시민을 안아주고 있다. /뉴스1

무리한 군기훈련(얼차려)으로 박모 훈련병을 사망에 이르게 한 중대장이 구속영장 청구를 전후해 유가족 측에 수차례 연락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유족 측은 “‘사과받기’를 종용하는 2차 가해를 즉시 중단하라”고 했다.

21일 군인권센터는 보도자료를 통해 “구속영장 청구를 전후해 가해 중대장은 박 훈련병 부모님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2차 가해를 저지르고 있다”며 “박 훈련병이 쓰러진 뒤 어머니와 전화할 때도 죄송하다는 말 한번 한 적 없고, 빈소에도 찾아오지 않은 중대장은 구속영장 신청을 앞둔 17일과 구속영장 청구를 앞둔 19일에 갑자기 어머니에게 ‘사죄를 드리기 위해 찾아뵙고 싶다’며 계속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센터는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사죄 연락 한번 없던 중대장이 수사가 본격화되자 이제서야 사죄 운운하며 만나자고 요구하는 것은 ‘부모님에게 사죄했다’고 주장하며 구속 위기를 피하려는 속셈으로 의심된다”며 “유가족들은 중대장이 반복적으로 진정성 없는 사죄 문자를 보내는 데 대해 극심한 스트레스와 분노를 느끼고 있다. 중대장은 피해자 부모님에게 ‘사과받기’를 종용하는 2차 가해를 즉시 중단하라”고 했다.

센터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육군 12사단 측도 박 훈련병 부모에게 연락해 만나줄 것을 강요하고 있다. 12사단 관계자는 박 훈련병 부모에게 ‘추모비 건립을 위해 설명할 것이 있다’며 지난 19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 차려진 시민분향소에 찾아가겠다고 반복적으로 연락했다. 해당 관계자는 부모가 답하지 않자 박 훈련병 형에게까지 연락해 부모의 위치를 물었다고 한다.

센터는 “박 훈련병 부모님께서는 ‘지금은 진상규명의 시간이고 추모비 건립은 나중 문제’라 강조하며 ‘추모비 건립 논의를 잠정 중지해달라’는 뜻을 군인권센터를 통해 밝혀왔으며, 부대에서 더 이상 이 문제로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했다.

숨진 훈련병과 어머니. /군 인권센터

센터는 “군도, 가해자도 매우 부적절한 방식으로 유가족의 고통을 가중 시키며 사건의 확대를 막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이러한 가운데 가해자들이 계속 부대를 활보하고 다닌다면 주변의 진술이 오염되고 진상규명에 난항이 생길 수 있다. 춘천지방법원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반드시 가해자들을 구속 시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군 관계자는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중대장이 최근 유가족 측에 연락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라고 했다.

한편 춘천지검 형사1부는 지난 19일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을 명령·집행하고 이로 인해 실신한 훈련병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중대장 A씨와 부중대장 B씨를 직권남용 가혹행위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중대장과 부중대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21일 춘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