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개월간 동물 11마리를 입양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모(20대)씨가 입양을 위해 거짓말한 모습. /동물권행동 '카라'

입양한 동물 11마리를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이 법원에서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동물권 단체는 “최악의 선고”라고 규탄했다.

25일 동물권행동 ‘카라’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1단독 이상엽 판사는 지난 20일 입양‧임시 보호 명목으로 강아지‧고양이 11마리를 데려와 죽인 혐의를 받는 안모(20대)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안씨는 경기 파주시 일대에서 2023년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4개월간 인터넷 반려동물 입양 플랫폼을 통해 데려온 강아지 5마리, 고양이 6마리를 모두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았다. 안씨는 입양 과정에서 전화번호를 바꿔가며 새로운 동물을 연이어 입양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 입양한 반려동물의 안부를 묻는 보호자에게는 “잃어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안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고, 재판 과정에서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안씨가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이유로 동물을 여러 차례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했고, 동물을 입양 보낸 사람들에게도 정신적 상처를 줬다”면서도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초범이라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안씨는 지난 4월 19일부터 선고 전날까지 반성문, 재범 근절 서약서 등 15건가량을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라 측은 “보호관찰 기간 중에 안씨가 개‧고양이 등을 분양받거나 입양 시도를 하지 말 것, 동물 구조 등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나 사이트에 참여하지 말 것, 동물병원 등 동물 관련 기관에 출입하지 말 것 등 일종의 범죄 예방책을 명령하긴 했다”며 “구속되고 징역 3년 구형까지 받은 피고인을 집행유예 처분한 이번 판결은 단연코 역대 최악의 선고”라고 했다. 이어 “안씨는 판사의 입에서 ‘집행유예’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마치 안도하는 듯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카라 측은 1심 재판 결과에 반발해 검찰에 항소요구서를 제출했다. 카라 윤성모 활동가는 “동물 학대 사건은 피해를 당한 동물이 고소할 수 없어 제3자에 의한 형사고발이 주를 이룬다”며 “항소 역시 검사의 결정을 요청해야 한다. 검사의 신속한 항소 결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플랫폼 등에서 이루어지는 개인 간 입양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카라 측은 “개인 간 반려동물을 입양 보낼 때는 가정방문으로 반드시 환경을 확인하고, 입양신청서에 ‘연락 두절 금지’와 ‘주기적 사진 발송’에 대한 내용을 명시해 최소한의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