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전지 공장에서 시뻘건 불길이 치솟고 있다./연합뉴스

경기 화성 일차전지 공장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난 24일, 한 중국 동포 남성은 “사촌 누나들이 사고를 당했다”며 “시신을 확인할 수 있냐”고 장례식장을 급히 찾았다.

지난 24일 오후 8시 30분쯤 경기도 시흥시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 남성 A씨가 눈시울을 붉힌 채 화성송산장례문화원에 들어섰다. A씨는 장례식장에 들어오자마자 “사촌 누나들이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며 “어디서 시신을 확인할 수 있냐”고 했다.

A씨는 퇴근 후 친형으로부터 ‘사촌 누나들이 사고를 당했다더라’며 ‘지금 장례식장을 가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연락을 받고 곧장 장례식장을 왔다. A씨의 친형과 사촌 누나 2명 강모(52)씨와 강모(45)씨가 이번 참사가 벌어진 아리셀 공장에서 함께 근무를 했다고 한다. A씨의 친형은 사고가 난 동과 다른 곳에서 이를 하고 있었기에 화를 면했다.

A씨는 “사촌 누나들이 돌아가셨는지조차 아직 파악이 안 된다”며 “시신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냐”고 재차 물었다. 하지만 경찰 입회가 이뤄지지 않아 A씨는 시신을 확인할 수 없었고 20여분만에 장례원을 떠났다.

A씨의 사촌 누나 2명은 이번 참사 외국인 사망자 명단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있었다. A씨는 “누님들을 마지막으로 본 건 꽤나 됐지만 그래도 명절 때마다 꼭 찾아뵀다”며 “작은 누나는 이전에도 아리셀에서 일을 하다 중국에 잠시 머무른 뒤 다시 아리셀로 일하러 와 봉변을 당했다”고 했다.

A씨는 사촌 누나 2명 모두 결혼을 해 자녀를 두고 있다고 했다. 이중 나이가 많은 누나는 중국인 남편과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고 경기 시흥시 정왕동에서 지내고 있었다고 했다. 두 사망자 모두 슬하에 자녀를 두고 있고 그중 한명은 중국에서 지내는 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참사 사망자 다수가 외국인 근로자로 파악된다. 중국인 18명, 라오스인 1명, 국적 불명 1명에 한국인 2명 등으로 대부분이 중국인이었다. 법무부의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한국 체류외국인 중에서도 중국인 비율은 최근 5년간 1위를 기록했으며 지난 2023년 한국 체류 중국인은 94만2395명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