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의 리튬전지 제조 업체인 아리셀 공장 화재 이틀날인 25일 오전 화재 현장에서 국과수 합동 감식이 시작되고 있다. /고운호 기자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는 지난 24일 경기 화성 리튬 공장 화재 현장을 방문, “한국의 관련 기업들이 뼈아픈 교훈을 얻어 다시는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번 참사 사망자 23명 중 17명이 중국인이다. 싱 대사는 “많은 중국 국민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중국 당과 정부가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중국대사관저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불러 ‘베팅 발언’을 해 내정 간섭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진보당 윤종오 대표 등 당 지도부도 같은 날 밤 현장을 방문해 “민주노총과 이 문제에 공동 대응할 것”이라며 “근본적인 대책을 제대로 수립하겠다”고 했다. 민노총 경기지부 조합원들도 빈소를 찾아 유족 등을 만났다. 이후 사고 현장엔 여야 정치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윤상현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장을 방문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25일 현장을 찾았다.

정치인들의 잇따른 방문에 현장 일각에선 “사고 수습에 도움이 안 된다”는 말도 나왔다. 일선 공무원들은 고위급 인사들이 방문하면 사고 수습 상황을 브리핑한다. 의전이나 사진 촬영 동선(動線)을 고위급 비서진과 미리 협의하는 작업도 현장의 대응 역량을 소모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수습에 투입돼야 할 현장 인력이 ‘정치인 접대’에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오후 9시 40분쯤 혼자서 조용히 분향소를 다녀갔다. 방명록에는 ‘고통없는 곳에서 영면하세요. 미안합니다’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