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가칭)가 31명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시 서신면 리튬 배터리 제조 공장 아리셀 앞에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전 묵념하고 있다./뉴시스

민주노총 등이 참여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가칭)는 26일 오전 10시 화재로 31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전한 일터! 안전한 사회 쟁취!” 등의 손 팻말을 든 이들은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함께 이주 노동자를 비롯한 산업 현장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지적했다. 이번 희생자 중 대다수가 중국과 라오스 등에서 온 이주 노동자였기 때문이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위원장은 이날 발언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안전 교육이나 장비 없이 고강도 위험 속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모든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대책을 요구했으나 귀 기울이지 않은 정부가 이번 참사의 원인”이라고 했다. 그는 네팔 출신으로 1998년부터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

이태환 민노총 수석부위원장도 “통계에 의하면 이주 노동자들의 산재 사망률이 정주 노동자보다 3배 이상 높다”며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선 위험의 이주화를 멈춰야 한다”고 했다. 또 “자본의 청구를 받아 각종 규제 완화만 골몰하는 윤석열 정부를 강력히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시민단체 반올림 이종란 상임활동가는 “삼성SDI 노동자로부터 실시한 실태조사를 보니 전기 테스트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 중 절반은 화재 , 질식, 연기 흡입 경험이 있었다”며 “각광 받는 재생 에너지 사업 뒤의 노동자들은 ‘배터리는 곧 폭탄’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단이 25일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어 “이번 화재가 발생한 아리셀은 모기업 에스코넥의 자회사고, 에스코넥 사장은 삼성 엔지니어 출신”이라며 “불법과 탈법을 동원해서라도 탐욕스럽게 이윤만 추구하면 생명은 한낱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삼성에서 배운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파견 노동 구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진희 민노총 경기도본부장은 “아리셀에 노동자를 파견한 업체 메이셀은 서류상 제조업체로 위치를 아리셀에 두고, 도급업체로 위장해 불법 파견을 지속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업체들도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곳이 만연할 것”이라고 했다.

이 자리에선 그동안 화성시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도 언급됐다. 정경희 화성노동안전네트워크 상임대표는 “지난 1월 화재로 하천이 화학물질로 물들어 재난지역을 선포했는데 이번에도 요청했다”며 “정명근 화성시장님, 이게 뭡니까”라고 외쳤다. 화성시는 지난 1월 양감면 소재 위험물 취급 사업장 화재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소방용수와 유해화학 물질이 인근 하천으로 유입돼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건의했었다.

정치인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은 “어제(25일) 윤석열 대통령이 항공모함을 방문했더라”며 “죽음의 현장에도 국정 책임자가 와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화재 발생 당일인 지난 24일 화재 현장을 찾아 화재 원인 정밀 감식과 재발 방지 만전을 주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