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명의 사상자를 낸 화성 리튬전지 제조공장 '아리셀' 화재 참사 사흘째를 맞은 26일 경기 화성시청 로비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 합동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어떤 놈이 이렇게 한 거야… 이게 우리 새끼라니, 아아아악”

지난 26일 밤 9시 10분쯤 찾은 경기 화성 송산장례문화원에 통곡 소리가 울려 퍼졌다. 화성 화재 참사로 숨진 가족의 시신을 마주한 이들의 울음이었다. 살아 생전 그 어떤 모습도 담겨있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된 시신을 보고 유족들은 곡소리를 냈다. 고인의 부모로 추정되는 50대 부부는 “아아아악, 아아아악 ○○아...”하며 비명을 내지르기도 했다.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로 희생된 23명의 신원이 파악되며 화성 관내의 장례식장은 전날 밤부터 가족의 시신을 확인하러 온 유족들의 통곡으로 가득 찼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27일 오전 기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DNA 일치작업을 통해 사망자 17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윽고 또 다른 유족도 방문했다. 고인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남성은 혼자 걷지도 못하고 경찰 부축을 받아 들어왔다. 유족은 “아이고 내새끼…! 우리 착한 내 새끼…! 아이고 내 새끼…”라며 가슴팍을 손으로 두들기기도 했다. “ㅇㅇ아…ㅇㅇ아…ㅇㅇ아…”라며 자식의 이름을 하염없이 부르며 울부짖기도 했다. 이윽고 시신을 확인한 유족들은 처참한 시신 상황에 혼절해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유족들은 불타버린 시신을 차마 보지도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 지난 26일 오후 11시쯤 경기 화성의 교원예움 장례식장. “○○야, ○○야”라며 숨 넘어가게 누군가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사람이 등장했다. 이곳엔 이번 참사로 숨진 사망자 중 최연소인 대학생 김모(23)씨의 고모 김모(59)씨가 주저앉았다. 김씨는 “나는 내 새끼 볼래, 그래도 마지막 모습은 보고 가야지”라며 울부짖었다.

화마에 훼손된 시신을 보려는 김씨를 남편이 막아섰다. 이들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뜬 대학생 조카의 시신을 차마 확인하지 못했다. 사망한 대학생 조카는 공장 출근한 지 1개월 밖에 안된 국문학도였다. 항상 미소를 짓고 싹싹하던 하나 밖에 없는 아들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27일 오전에도 화성 관내 장례식장에 유족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오전 화성중앙종합병원을 찾은 유족 채성범(73)씨는 딸의 시신을 보며 “이게 정말 우리 딸이 맞느냐… 팔이 다 타서 없어졌는데”며 “애비가 이제껏 모르고 딸을 그 위험한 공장에서 일을 시킨거냐”며 오열했다. 가을에 결혼할 예정이었다는 딸의 예비 신랑도 채씨의 곁에서 눈물을 훔쳤다.

경찰과 소방 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단이 25일 오전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전날 이 공장에선 화재로 23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