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 시절 박지성. /조선DB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과 이 아카데미 코치진 2명이 아동 학대 혐의로 피소된 가운데, 박지성이 과거 자서전에서 학원 스포츠 폭력 피해 경험을 밝힌 것이 재조명받고 있다.

박지성이 쓴 책 ‘멈추지 않는 도전(2006년)’ 3장에는 ‘밤마다 날아드는 선배들의 폭력’이라는 챕터가 있다. 박지성은 책에서 “나를 때린 수많은 선배에게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얻어맞는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그저 후배라는 이유로 선배의 몽둥이세례를 견뎌야 한다는 것,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부당한 폭력을 묵묵히 참아내야 하는 상황이 나를 힘들게 했다”고 썼다.

박지성은 이어 “학창시절 셀 수 없을 정도로 선배들에게 두들겨 맞으면서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나는 결코, 무슨 일이 있어도 후배들을 때리지 않겠다. 그리고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켰다”며 “권위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면 실력으로 승부하길 바란다. 실력과 인품이 뛰어난 선배에게는 저절로 권위가 생긴다”라고 썼다.

박지성의 모친 장명자씨가 아들 책 앞머리에 쓴 편지도 책에는 실렸다. 장씨는 편지에서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면 제일 키가 작았던 아들 모습에 엄마 가슴이 철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학창 시절 멍이 시퍼렇게 들도록 맞고 들어와 혹시나 엄마 눈에 눈물이 맺힐까봐 친구하고 부딪쳐서 그렇게 되었다며 겸연쩍게 씩 웃던 속 깊은 네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라고 썼다.

박지성의 부친 박성종씨도 자서전에서 “가끔 지성이가 이런 말을 한다. ‘만약 내가 맞지 않고 축구를 배웠다면 지금보다 훨씬 축구를 잘 할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들이 (유소년) 축구센터를 세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더 이상 아이들이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축구를 배우기 보다는 더 나은 환경 속에서 축구를 자유로이 즐기도록 하기 위해서다”라고 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손정웅 감독과 이 아카데미 A 코치, B 코치 등 3명이 아동복지법상 아동 학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3월 이 아카데미를 다니던 중학생 C군이 경찰에 고소하며 시작됐다.

C군 측은 고소장에서 “지난 3월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중 A 코치가 코너킥 플라스틱 봉으로 허벅지 부위를 때려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또 “경기에 졌다는 이유로 선수들에게 일정 시간 안에 골대에서 중앙선을 찍고 되돌아오는 벌을 내렸고, C군 등 4명이 시간 안에 도착 못 해 엎드린 자세로 맞았다. 허벅지가 붓고 피멍이 들 정도였다”고 했다.

C군 측은 또 “작년 11월 이후 손 감독 등으로부터 경기 중 실수를 했다는 이유 등으로 심한 욕설을 들었고, B 코치는 선수 숙소에서 C군의 엉덩이 등을 발로 차고 꿀밤을 때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손 감독은 입장문을 내고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와 가족들께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한다”며 “제 모든 것을 걸고 맹세컨대 아카데미 지도자들의 행동에 있어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전제되지 않은 언행은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