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전우전국총연맹과 전국 예비역 해병대 100여개 단체 회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앞 대로에서 해병대 특검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이덕훈 기자

대한민국 국회 해병대 전우회(회장 송석준), 덕성회, 해병대특수수색대연합회 등 100여 개 해병대 예비역 단체들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해병대 100만 예비역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순직 해병대원 특검법과 청문회를 강행하는 상황을 두고 “대한민국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해병대의 사기를 꺾는 정치 선동”이라며 “해병대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고 했다.

이날 오후 2시쯤 기온이 32도까지 올라갔음에도 800여 명(경찰 추산) 예비역은 긴팔 전투복에 붉은색 팔각모를 쓰고 ‘해병대 특검, 결사 반대!’ ‘가자! 국회로’ 등 현수막을 들고 나왔다. “정청래는 해병대를 더 이상 능멸하지 말라” “해병대를 능멸하는 자가 곧 이적 행위자다” 등 구호도 외쳤다.

김종욱 국회해병전우회 사무총장은 “제복 입은 군인과 경찰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최고의 영예로 존중 받는데 한국에서는 연평도 포격전 때 숨진 고 서정우 하사 등이 국가유공자가 되기까지 수 년간 어려움을 겪었다”며 “민주당이 언제부터 우리 해병대를 그렇게 아꼈느냐”고 했다.

해병대 예비역 장군 모임인 덕성회의 강신길 회장은 “당장 북한이 도발하면 한국을 정청래·박지원이 지키느냐. 그때도 군 장성에게 호통을 칠 것이냐”며 “준전시 국가인 한국의 전직 장관과 군 장성의 명예를 깔아뭉개 사기와 전투력을 떨어뜨리는 저질 정치인은 즉각 무릎 꿇고 국민들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대한민국헌정회 미래전략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희규 전 국회의원도 “국민들로부터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받는 해병대가 최근 정치권으로부터 조롱과 모욕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가만 앉아있겠느냐”며 “일촉즉발의 안보 위기에서 해병대를 더는 정치에 이용 말라”고 했다.

집회에 참석한 해병대 예비역들은 최근 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법제위원장이 지난 21일 청문회에서 해병대 전 사단장 등을 10분씩 퇴장시키거나, “두 손 들고 서 있으라고 해야지”(박지원 의원) 같은 발언이 나온 데 대해 “제복 입은 군인을 어떻게 이렇게 모욕할 수 있느냐”고 했다. 박모(71)씨는 “정청래·박지원이 사기로 먹고 사는 해병대를 모두 망가뜨렸다”고 했다.

정부·여당 비판도 상당했다. 이용구(79)씨는 “문제를 여기까지 질질 끌고 와서 키운 정권의 잘못도 크다”며 “윤석열 정권이 빨리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했다. 한 50대 예비역도 “해병대만큼 국가를 사랑하는 집단도 없을 것”이라며 “우릴 모욕하는 야당도 참을 수 없지만, 윤석열 정권도 잘한 것 하나 없다. 보수가 해병대를 등진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했다.

본지를 만난 일부 참석자들은 일부 친야(親野) 해병대 예비역들이 순직 해병대원 사건을 정치화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영달을 추구하는 것 아니냐고도 지적했다. 박정훈 전 수사단장 변호를 맡고 있는 김규현(39) 변호사는 과거 민주당 김광진 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해병대 출신인 그는 빨간 해병대 옷을 입고 다니며 이번 사건 특검 등을 외친 대표적 장외 인사다. 지난 총선 때 서울 서대문갑 지역구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으려 했으나 ‘대장동 변호사’ 김동아 의원에게 밀렸다.

김만식(78)씨는 “해병대 옷 입고 자기 정치하며 얼굴과 이름을 알리는 게 딱 신세대 좌파의 전형”이라고 했다. 이런 비판에 김 변호사는 본지 통화에서 “진상을 밝히려면 현재로서는 특검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며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