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줄리안./인스타그램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이 물을 뿌리며 진행하는 음악축제 ‘워터밤’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가운데, 음악 축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담은 장문의 글을 남겼다.

줄리안은 지난 29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무심코 올린 스토리였는데 많은 화제가 됐다”며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고파 이 글을 작성한다”고 운을 뗐다.

DJ로 활동하는 줄리안은 “늘 축제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고민과 갈등을 해왔다. 평상시에도 물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선이 있었으나 ‘갈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했었다”며 “재활용이 어렵고 희토류와 같은 고가 자원이 들어가 있는 초대장을 사용하는 것을 DJ 동료가 ‘이거 보라’며 공유해줬다”고 했다.

이어 “솔직히 화가 나고 속상했다”며 “물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게 정체성인 축제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다른 방면에서 고민했다면 ‘그래도 고민하고 노력하는구나’하고 괜찮았을텐데, 초대장을 저렇게 활용하는 걸 보니 ‘지속가능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앞서 줄리안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워터밤 초대장을 공개했다. 해당 초대장은 핑크와 민트색으로 꾸며진 직육면체 상자로, 상자 뚜껑 안쪽에는 축제 홍보 영상이 흐르는 LED 화면이 달렸다.

이를 두고 줄리안은 “초대장에…일회용 LED?”라는 물음을 던졌다. 그러면서 “물 과사용에 대해서 사실 불편한 심리가 있다”며 “저는 올해도 안 갈 예정”이라고 했다.

워터밤 축제 현장./'광주 워터밤' 인스타그램

2년 전 관광공사에서 ‘지속가능한 축제’에 관해 강연했던 것을 떠올린 줄리안은 “유럽에서는 다회용컵을 사용할 경우만 축제 개최를 허용해 주는 지역들이 많아졌다”며 해외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축제들을 소개했다.

그중에서도 3만명 넘게 참여한 벨기에의 ‘파라다이스 시티’ 축제가 ‘2024년 최고의 지속가능한 축제’로 뽑혔다며 △신재생 에너지 활용 △대중교통 및 자전거 활용 적극 유도 (할인 및 자전거 주차장 설치 등) △고기 없는 푸드코트 운영 등이 평가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올해 11만명이 방문한 프랑스의 ‘위 러브 그린(We Love Green)’은 작년부터 육식 메뉴 퇴출, 일회용품 전면 금지, 신재생 에너지 사용 등을 시행했으며 유명 밴드 콜드플레이도 이번 공연에서 입장 팔찌 재사용, 저탄소 이동 방법을 활용한 팬 대상 할인 등은 물론 비행기 사용을 줄이는 투어 동선 등으로 지속가능한 공연 방법을 고안했다고 덧붙였다.

줄리안은 “작년 스페인이 사막화돼서 올리브 재배량이 반토막이 되었고, 세계 쌀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인도의 작년 쌀 재배량이 떨어지는 등 세계적으로 (환경이) 문제되는 순간에 우리가 즐기고 있는 축제가 우리에게 중요한 신호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환경 문제에 대해 잘 몰랐을 땐 그런 축제가 재밌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현실이 악화하고 있는 한 축제들이 더 멋지게 환경까지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꼭 우리가 물을 잔뜩 뿌려야 재미를 느낄까. 꼭 일회용 컵을 버려야 재밌을까. 초대장에 꼭 LED 들어가야만 멋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가수 싸이가 '흠뻑쇼'에서 무대를 펼치고 있다./뉴스1

줄리안은 “문제 되는 축제 및 행사가 많겠지만 워터밤, 흠뻑쇼, 송끄란 축제 등 과도하게 물을 사용하는 공연은 그 사용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또 다른 방면에서 환경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조차 없다는 게 속상하다”며 “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신호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처럼 물 자원을 조심해야 하는 국가에서 과연 물을 덜 낭비한다고 재미가 덜할까”라며 “대형 축제, 콘서트들은 환경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나 최소화할 수는 있다. 축제를 만드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많이 봐서 조금이나마 영향을 주면 좋겠다. 더 멋진 페스티벌들이 탄생하기를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워터밤은 관객과 가수 등이 이룬 팀끼리 물싸움을 하며 즐기는 음악 축제로, 여름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가뭄으로 큰 피해를 보던 시기에도 축제를 강행하면서 ‘지나친 물 사용’ 등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앞서 2022년 극심한 가뭄으로 소양강이 바닥을 드러냈을 당시 워터밤이 열리자 배우 이엘은 “워터밤 콘서트 물 300톤, 소양강에 뿌려줬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해 주목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