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인 떼까마귀가 전깃줄에 앉아 있는 기사와 무관한 사진. /뉴스1

도심으로 내려온 큰부리까마귀들이 지나가는 사람을 공격하거나 밤낮으로 울어대는 탓에 민원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30일 나타났다. 일부 지자체는 까마귀를 사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 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에는 ‘큰부리까마귀 공격 대비 행동요령'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아파트 단지 안에 둥지를 튼 큰부리까마귀가 행인들을 공격하면서 안전사고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용산구 관계자는 “최근 까마귀로부터 공격을 당했다는 민원이 여러차례 접수되고 있다”면서 “둥지를 건드리는 경우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어 까마귀를 피해 우회하라는 등 안내를 하고 있다”고 했다.

큰부리까마귀는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4~6월에 공격성이 높아져 행인의 뒤통수를 발로 차거나 목덜미를 움켜잡는 방식으로 공격한다고 한다. 평균 몸통 길이는 성인 남성의 팔뚝만 한 30cm에 이른다. 울창한 나무를 골라 높은 곳에 둥지를 숨겨 짓기 때문에 둥지를 제거해 쫓아내기도 어렵다. 환경부는 작년 12월 큰부리까마귀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기도 했다.

지난 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에 큰부리까마귀 공격에 대비하는 방법을 안내한 현수막이 걸려있다. 현수막에는 '모자, 양산 착용' '고개 숙이고 걷기' '우회하여 이동하기' 등 방법이 적혀있다. /독자 제공

산 속에 둥지를 짓고 사는 텃새인 큰부리까마귀는 최근 2~3년 사이 도심의 골칫거리가 됐다. 최유성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 연구사는 “도심녹지화 사업이 진행되며 둥지를 틀기 좋은 조건이 형성되자 도심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도시가 확장되면서 산과 인접해지고, 도심 공원이 늘면서 유입된 작은 야생동물이나 새를 좇아 까마귀도 자연스럽게 도심으로 들어오게 됐다는 것이다.

안전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자 까마귀를 사살해야 한다는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 관계자는 “최근 총포를 동원해 도심 내의 까마귀를 사살하는 방안을 경찰과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총포를 사용했을 때 행인이나 인근 건물에 피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현실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연구사는 “모성을 가진 모든 동물들은 산란기~산란 이후 새끼를 키우면서 특히 예민해지는 것이 당연하다”며 “인간에게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이를 사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신 세력 경쟁을 통해 개체 수가 조절될 수 있도록 경쟁 개체를 들이거나, 적절한 수준을 포획해서 산으로 돌려보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