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아쿠아리움인 '아쿠아플라넷63' 폐관을 앞둔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아쿠아플라넷63을 찾은 시민들이 인어공주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뉴시스

30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지하1층 아쿠아플라넷63 앞. 이곳에선 국내 첫 아쿠아리움인 아쿠아플라넷63의 마지막 개관일을 맞아 점심시간을 맞았음에도 20여명의 어른과 아이들이 티켓을 들고 줄을 서 있었다. 유모차를 끌고 오거나 초등학생 자녀의 손을 잡고 방문한 가족 등 다양한 시민들이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여의도를 찾았다.

아쿠아리움 입구 스크린에 인어공주가 공연하는 장면이 나오자 줄을 서 있던 한 중년 여성이 “이거 봐, 너무 예쁘다”며 활짝 웃었다. 바로 옆 아쿠아리움 기념품 가게도 40여명의 시민들로 붐볐다. 기념품 가게 안에 보라색 돌고래 인형을 사들고 뛰어다니는 아이들도 있었고, 가게 앞 펭귄 모형 앞에서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며 사진을 찍는 아이들도 보였다.

1985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아쿠아리움인 서울 여의도 아쿠아플라넷63(구 63 씨월드)이 30일 문을 닫고 미술관이 새로 들어설 예정인 가운데 많은 시민들이 아쿠아플라넷63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서울 여의도로 몰렸다. 지난 1일 폐장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이곳을 찾은 시민은 전월 대비 60~70%가량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들은 “어릴 때 동심이 서린 추억의 장소인데 없어지게 돼 아쉽다” “마지막 모습을 한 번이라도 눈에 남기고 싶다”는 등 아쉬움을 호소하면서도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고 싶다는 반응을 내보였다.

2013년 9월 11일 서울 여의도 63씨월드 대형수조에서 한복을 입은 남녀 아쿠아리스트들이 '즐거운 명절되세요' 플랜카드를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조선DB

이날 아쿠아리움을 찾은 시민들은 어릴 적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마지막 개관일임에도 이곳을 찾았다. 젊었을 때 방문했던 추억 때문에 아내와 자녀들, 어린 손주들을 데리고 지난 29일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왔다는 김원종(71)씨는 “젊었을 적에도 와봤었는데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소식을 듣고 시원섭섭했다”며 “손주들에게 마지막 추억을 안겨주고싶어 대전에서부터 올라왔다”고 했다.

경기 일산에 사는 직장인 박지환(39)씨는 어머니와 아내, 자신의 5살짜리 딸과 함께 개장 시간부터 아쿠아리움을 찾아 2시간 정도 둘러보고 나왔다. 박씨는 “초등학생 시절 부모님과 손을 잡고 왔는데 이젠 내가 부모가 되어 여길 와봤다”며 “그때는 아쿠아리움이 커다랗게 느껴졌는데 오늘 와보니 터널도 없어지고 작아진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방문인데도 새롭게 느껴졌다”고 했다. 또 박씨는 “아쿠아리움이 사라진다는 게 아쉬우면서도 앞으로 미술관이 들어선다고 해 기대가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상에도 63빌딩 아쿠아리움의 추억을 떠올리며 폐장을 아쉬워하는 반응들이 차고 넘쳤다.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한 이용자는 “초등학생 시절 63빌딩이 처음 열었을 때 부모님이 받은 초청장을 통해 방문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며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동심이 떠오르고 생생한데 너무 아쉽다”고 했다.

한 블로거는 “이 많은 해양동물들이 이사 간다고 하니 걱정도 된다”며 “자주 와보진 못했지만 내가 알고 사랑하던 하나의 장소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아쉽다”고 했다. 또 다른 블로거는 “2주 전쯤 인어공주 쇼 시간에 맞춰 아이들과 방문했는데 사람이 참 많았다”며 “공연이 너무 좋아서 1시간을 기다렸다가 다음 인어공주 공연까지 2번을 봤었고 아이들이 한 번 더 보자고 떼를 쓰기도 했다”고 했다.

서울 여의도 아쿠아플라넷63을 39년간 찾은 방문객은 9000만명에 이른다. 오랜 시간 꾸준한 사랑을 받은 만큼 아쿠아플라넷63이 남긴 역사도 많았다. 아쿠아플라넷63은 1992년 국가대표 출신 싱크로나이즈드 선수들을 초빙해 국내 최초로 인어공주 공연을 도입했다. 세월이 흐르며 ‘한국인 인어’는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에서 온 인어로 바뀌었고, 국내 다른 아쿠아리움들도 인어공주 공연을 도입했다. 아쿠아플라넷63은 인어공주 공연뿐 아니라 남극 임금펭귄, 해달, 바다코끼리, 핑크백 펠리컨 등을 국내에 최초 소개하는 등 수도권 시민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해왔다.

한편 한화호텔앤리드리조트는 아쿠아플라넷63의 문을 닫고 ‘퐁피두센터 한화 서울’을 개관할 계획이다. 63빌딩 60층에 위치해 ‘세상에서 제일 높은 미술관’으로 불린 ‘63아트’도 아쿠아플라넷63과 함께 문을 닫는다. 퐁피두센터는 루브르, 오르세 미술관과 함께 프랑스 파리의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곳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측은 “지난 수십년간 9000만명이 방문해주셨는데 이는 실로 엄청난 수치”라며 “시민들께서 주신 엄청난 사랑에 감사할 따름이다. 63빌딩에 있던 생물들은 여수, 제주, 광교 등 다른 아쿠아리움으로 이주할 예정”이라고 했다.